인터넷은 정보교류 공간에서 산업공간으로 발전했다. 제조업, 교통 등 전통산업은 인터넷과 융합하며 디지털경제로 편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인터넷산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주요 성장동력으로 떠올랐다. 그만큼 인터넷기업 간 국경 없는 무한경쟁도 치열해졌다.
그러나 국내 인터넷 산업 발전은 역차별 문제에 가로막혔다.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은 규제 적용이 느슨하거나 사실상 규제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정확한 현황 파악조차 쉽지 않다.
국내 인터넷기업은 우리만 엄격한 규제 적용을 받아 경쟁력이 저하된다며 불만을 성토해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최근 역차별 문제 심각성을 인식, 대응방안 마련에 나섰다. 전자신문은 국내 인터넷기업 역차별 문제 원인과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30일 서울창업허브 VIP룸에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참석자(가나다순)
△권오상(미디어미래연구소 방송통신정책센터장)
△박재천(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윤문용(녹색소비자연대 ICT정책국장)
△최성진(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
△한성수(법무법인 양재 BEPS 담당 변호사)
※사회=김원석 전자신문 성장기업부 부장
◆국가 차원에서 인터넷산업이 갖는 의미와 중요성은 무엇인가.
◇박재천(인하대 교수)=기존 인터넷산업에 포함되지 않았던 제조, 화학 업종이 인터넷과 융합, 화합되면서 새로운 산업이 꿈틀대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산업은 자체적으로만 발전하는 게 아니다. 국내 산업 전체를 변화시키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그만큼 인터넷산업이 중요하다.
◇권오상(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컨설팅 업체 매킨지는 인터넷경제가 글로벌 경제성장에 20% 공헌한다고 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체 국가 경제에서 인터넷산업 비중이 매우 높다. 1994년 정보통신부가 생긴 이후부터 줄곧 IT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강조해온 결과다. 전통적 굴뚝 산업 외 신산업 영역에서는 인터넷이 제일 큰 파이를 차지한다.
◇한성수(법무법인 양재 변호사)=인터넷산업 발전 속도는 놀랄 정도로 빠르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최강국으로 불린다. 다만 과제를 떠안았다. 구글과 같은 글로벌 거대 기업과 경쟁해야 한다. 기업 혼자만의 노력으론 한계가 있다. 공정한 경쟁 룰을 만들겠다는 정부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윤문용(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정책국장)=국내 인터넷기업은 계속 성장해왔다. 네이버와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업력 20년 내 인터넷 기반 기업이 시가총액 상위 50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이 같은 성장은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 나아가 소비자 복리후생 증진으로 이어진다면 사회적 가치 증진에 크게 공헌할 수 있다.
◇최성진(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여러 산업이 인터넷과 결합, 디지털경제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세계는 이미 단일 디지털경제 체계로 통합되고 있다. 현재는 미국, 중국 기업이 시장 주도한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디지털경제 경쟁력을 잃으면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인터넷 분야 규제·역차별 어떻게 풀어야 하나.
◇박재천(인하대학교 교수)=정부의 명확한 정책 방향이 중요하다. 인터넷산업은 갈등 속에서 성장하고 혁신을 일으킨다. 이때 갈등 조정은 정부 몫이다. 전제는 인터넷산업을 키우겠다는 목표와 철학이다. 기존 산업, 기득권 중심이 아닌 인터넷 기반 혁신 서비스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권오상(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인터넷 분야 규제는 크게 개인정보, 콘텐츠, 청소년 보호, 전자상거래 광고로 나뉜다. 인·허가와 같은 진입장벽이 없다보니 대부분 사후 부작용을 방지하는 내용이다. 이런 데서 역차별이 일어난다. 꼭 필요한 규제도 있지만 불필요한 것도 많다.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
◇한성수(법무법인 양재 변호사)=법은 시간이 흐르면서 부작용이 나온다. 법이 당초 취지대로 제대로 작동하는지 사후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반대로 규제를 철폐하거나 바로 잡을 때도 철저한 기준이 요구된다. 역차별을 야기하는 법을 합리적 잣대로 골라내 관계 전문가와 함께 재설계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윤문용(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정책국장)=특정 분야 규제 해소 노력이 당장은 바뀌는 것처럼 보이지만 행정 중심 현행법 체계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는 공약으로 신산업 분야 네거티브 규제를 원칙으로 삼았다. 규제기관을 통합, 실질적 변화를 끌어내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최성진(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 합리화하자는 것이 기업 바람이다. 해외기업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 기업 자율권도 보장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정부가 모든 걸 결정해준다. 서비스 개발·발전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을 합리화하자는 게 기업 목소리다.
◆다국적 기업 세금 문제 해법은.
◇박재천(인하대학교 교수)=쉬운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가만히 있어선 답이 없다. 주권을 찾기 위해 계속 압박을 가해야만 해외기업과 해당 국가 정부가 움직인다.
◇권오상(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미국과 다른 나라 간 싸움이다. 인터넷 관련 기구 대부분이 미국 영향권에 있다. 결국 국력의 문제다. EU와 일본은 서서히 권리를 찾고 있다. 우리도 외국기업에 법 집행 의지를 계속 보여줘야 한다. 서버 없다는 이유로 세금을 못 걷는다는 건 불합리하다.
◇한성수(법무법인 양재 변호사)=구글, 애플은 미국 기업이다. 한·미 FTA 조항을 봐야 한다. 어느 기업에 대해서도 차별을 둬선 안 된다는 의무 규정이 적시돼 있다. 이 개념으로 보면 국내에서 전파를 통해 영업활동을 펼치는 국내외 기업은 같은 규제를 적용받아야 한다. 역차별 요소는 내국법을 손질, 정상화해야 한다. 개별 조세조약이나 내국법 모두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기 전에 만들어졌다. 현실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
◇윤문용(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정책국장)=행정 공무원 역할 중요하다. 국내기업은 문제가 생기면 바로 규제기관 조치를 받는다. 역외사업자는 법 절차 진행이 너무 더디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들어도 실정법 위반에 대해선 원칙대로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최성진(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해외기업이 세금 납부를 공정하게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과세당국은 관련법 때문에 안 된다는 원론적 입장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 국민이 만들어준 경제적 가치에 대해 세금을 내는 건 조세정의에도 부합한다. 우리만의 노력으로 안 된다면 세계 여러 나라와 협의해 풀어내야만 한다.
◆다국적 기업 대상 법 집행력 확보 방안은?
◇박재천(인하대학교 교수)=인터넷이 처음 보급될 무렵 프랑스가 나치 기념품을 판 야후에 대해 경매 중지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서버가 프랑스에 없는데도 이같이 조치했다. 자국민 정서에 반하는 외국계 기업에 철퇴를 가한 사례다.
◇권오상(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인터넷시장 지배력 집중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가 핵심이다. 이에 필요한 평가 자료 요구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인터넷기업은 부가통신사업자로서 신고 절차를 밟는다. 신고 없이 사업을 영위하면 시정 명령을 내리는 게 우리 법이다. 존재하는 법을 엄정하게 집행해야 한다. 당연한 권리를 포기해선 안 된다.
◇한성수(법무법인 양재 변호사)=구글과 같은 역외사업자에 국내 법정대리인을 세우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국제법상 아무런 문제 소지가 없다. 망설일 이유가 없다. 이렇게 되면 구글 본사와 공문을 주고받을 일 없이 법정대리인을 통해 빠르게 규제할 수 있다. 글로벌 마인드를 갖고 법을 봐야 한다. 행정적으로 손댈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윤문용(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정책국장)=과거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전자파 등급 표시제라는 게 발의, 국회를 통과했다.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는 보고서를 기반으로 설계됐다. 그런데 시행령이 나오는 데 한참 걸렸다. 국민 건강을 지키는 제도인데도 해외기업, 법 눈치를 보느라 시간을 허비했다. 명확한 기준으로 법을 집행할 때는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최성진(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정부가 당당하게 나가야 한다. 국내법은 사회공동체와 공익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여겨 제정한 것이다. 국내에서 사업을 한다면 국내외 기업 가릴 것 없이 당연히 우리 법을 따라야 한다. 물론 나라마다 법률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법 집행을 주저한다면 우리 스스로 내부 규제, 법이 불합리하다고 고백하는 꼴이다.
◆정부와 국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박재천(인하대학교 교수)=역차별 문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다만 해결이 어려운 복잡한 문제다. 그러나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생각하면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 글로벌 기준을 중심으로 국내 소비자를 보호하고 기업이 잘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규제를 재설계해야 한다. 많은 공부가 필요한 시점이다.
◇권오상(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지금까지 공정위는 일반 규제, 방통위는 특수 규제를 주로 다뤘다. 그런데 더 이상 인터넷은 특수한 분야가 아니다. 공정위가 구글, 페이스북 데이터 독점 조사에 나선 이유다. 방통위가 지금보다 더 세부적 역할을 찾아야 할 때다. 국회는 국제 공조에 적극 나서 글로벌 규범을 만드는 데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한성수(법무법인 양재 변호사)=세계 기준에 걸맞은 합리적 내용이라면 누구에게 얘기해도 동의를 얻을 수 있다. 우리 정부가 이 같은 글로벌 마인드와 뱃심을 갖고 국내기업이 해외기업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행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움직여줬으면 한다.
◇윤문용(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정책국장)=정부도 역차별 해소에 나섰다. 정책 방향도 이에 맞춰 갈 전망이다. 아직 신산업 분야는 행정, 규제, 법 전반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 정보통신기술(ICT) 영역뿐 아니라 산업 전반을 둘러싼 법, 규제를 글로벌 기준에 맞춰야 한다. 깊이 있는 개헌 논의가 필요하다.
◇최성진(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규제 만들 때 영향을 평가하는 제도가 있다. 여기에 역차별 관련 검토조항을 넣어야 한다. 제도 정비도 요구된다. 국내법으로 외국기업 통제가 어렵다면 각종 협약, 가이드라인을 통해서라도 우리 규정을 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리=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
,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