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선진국 통상임금 정책은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은 애초부터 통상임금 관련 법제화를 통해 노·사 간 다툼의 소지를 없앴다. 명확한 규정조차 없어 상당수 기업이 노·사 간 갈등은 물론 소송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과는 상반된다.

이들 선진국은 국가법에 통상임금에 제외하는 수당 항목을 명시하거나 노·사 간 협의를 통해 통상임금 기준을 정한다. 우리처럼 장시간 근로 노동자가 적은 데다 기본급이 높고 각종 수당이 많지 않은 임금 체계를 갖췄다. 국가법이나 노·사 협약에 이와 관련된 내용을 명확하게 규정, 분쟁 소지가 적다.

실제 미국과 일본은 국가법에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수당 항목을 명시해서 지키고 있다. 공정근로기준법에 따라 증여성 선물, 이윤 배당금, 사용자 재량 상여금 등을 구분했다. 일본은 노동기준법에 가족수당, 통근수당, 별거수당, 자녀교육수당, 주택수당 등을 구분했다. 임시로 지급하는 임금이나 1개월을 넘는 기간마다 지급하는 임금을 구분, 관리하기도 한다. 통상임금 포함 범위를 법령에서 명시, 분쟁의 불씨를 미연에 방지한 것이다.

독일과 영국은 노·사가 통상임금을 직접 결정한다. 특히 노·사가 단체협상 등을 통해 연장 근로 등에 대한 보상 방식과 보상액 산정 방식을 자율에 맡겨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대신 법령에는 연장 근로 등에 대한 할증임금 산정 기준이나 할증률 관련 규정이 없다.

결국 이들 국가의 통상임금 관련 분쟁이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노·사 당사자에게 통상임금 범위를 스스로 결정하도록 맡겨 놓거나 법령에서 통상임금 제외 범위를 명확히 규정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들 선진국 임금 체계는 기본급·성과급·시간외 수당 등 세 가지로 구분하기 때문에 통상임금 정의와 범위를 명확히 하는데 유리하다. 노·사가 임금 항목별로 다투지 않고, 기업 경쟁력을 평가하고 협의해 반영할 수 있으며, 임금 협상도 3~4년 주기로 한다. 일본은 호봉제를 직무급으로 전환하고 직능급 체계를 도입하는 등 과도기에 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도 노·사 간 통상임금 갈등 최소화를 위한 임금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일본 토요타는 전체 급여의 40% 비중을 차지하는 기본급을 30%로 줄이는 대신 직능기준급을 20%에서 30%로 확대했다. 직원의 실질 성과를 보상하고 개개인의 의욕을 고취시킨 형태다. 독일 폭스바겐도 직무 평가에 따라 기본급을 1~7등급으로 구분하면서 성과급을 늘렸다. 근로자가 어떤 작업을 수행하는지, 그 노동이 기업 이익 창출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평가한다.

 

< 【표】주요 선진국 통상임금 관련 법·제도(자료: 고용노동부)>


 【표】주요 선진국 통상임금 관련 법·제도(자료: 고용노동부)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