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과학기술계 주요 보직 인사를 단행하면서 문재인 정부 과학기술 거버넌스도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인사 파동으로 논란 중심에 섰던 과학기술혁신본부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임대식 본부장 임명은 정무 감각보다 과학자로서 명망과 전문성을 존중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기영 전 본부장과 정반대 인사인 셈이다.
임대식 본부장은 '톱 사이언티스트'로 꼽힌다. 생명·기초 분야 과학자로, 분자세포생물 전문가다. 학부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한 뒤 의학·바이오 쪽 연구를 지속했다. 연구 성과, 업적이 탁월한 과학자로 평가받는다.
박기영 전 본부장 인사 파동을 겪은 청와대가 학자로서 권위를 강조한 인물을 내세웠다는 평가다. 박 전 본부장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보좌관을 지내면서 혁신본부 설립을 주도한 만큼 정무·정책 감각이 강조됐다. '황우석 사태' 연루 의혹 등 자질 논란에 사퇴했다.
임 본부장은 문재인 대통령 선거 캠프 '정책공간 국민성장 포럼' 과학기술분과에서 활동했지만 정책·행정 경험은 적은 편이다. 대신 학자로서 평판이 좋다. 과학계도 연구자로서 자질, 전문성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과학계 관계자는 “임 본부장은 학계에서 명망이 높고 연구 성과가 탁월한 '톱 사이언티스트'”라면서 “실력있는 학자들의 생각을 잘 알고 있고, 정책에 담아내는 데는 적합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행정 경험이 없는 것은 약점으로 꼽힌다. 과기혁신본부는 차관급 조직이지만 실제 위상과 역할은 그보다 높다. 국무회의에 배석해 주요 정책 결정에 관여한다. 범부처를 아우르는 과학기술 정책을 조율한다. 연간 20조원에 이르는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배분한다.
정책 과제도 산적했다. 기획재정부로부터 국가 R&D 예비타당성조사, R&D 예산 지출한도 공동설정 권한을 가져와야 한다. 기초·원천 R&D의 과기정통부 일원화도 부처 간 조율이 필요한, 과기혁신본부 몫이다. 본부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난제다.
임 본부장의 정책 소신은 뚜렷한 편이다. '풀뿌리 연구 강화론자'로 꼽힌다. 개인, 기초, 창의 연구 지원을 강조한다. 정부가 주도하는 하향식(Top-Down) R&D가 아닌 연구자가 제안하는 상향식(Bottom-Up) R&D를 선호한다.
현 정부 정책 기조와 같다. 문 정부는 기초·원천 연구 지원 예산을 임기 내 2배 늘리기로 했다. '연구자 주도 기초 연구 강화'가 국정 과제다.
현 정부 과학기술 거버넌스 정점에 있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에도 기초과학자 출신이 내정됐다. 염한웅 포항공대 교수는 물리학, 기초과학 권위자로 명망이 높다. 자문회의는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자문 외에 심의, 의결 기능까지 갖춘다. 부의장은 의장인 대통령 바로 아래 직위다.
국가과학기술심의회는 당분간 백경희 고려대 교수가 위원장을 맡아 이끈다. 국과심은 올해 연말과 내년 초 사이 자문회의로 편입될 예정이다. 백 교수도 '통합 자문회의' 합류 가능성이 높다.
<미니인터뷰> 임대식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우리나라 과학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초과학이 융성해야합니다. 연구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개별 연구자의 창의성을 키우는 정책안을 마련하겠습니다.”
임대식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임명 직후 전자신문과 통화에서 “기초과학 융성을 기반으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는 정책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오랜 기간 기초분야 연구에 몰두하면서 누구보다 기초과학 투자의 중요성을 잘 알게 됐다는 설명이다.
임 본부장은 ”4차 산업혁명도 지금은 한 시대의 어젠더지만 이후에 얼마든지 또 다른 흐름이 닥쳐올 수 있다“면서 ”눈부신 과학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잡으려면 기초과학을 핵심 기반으로 삼고, 국가가 제시한 역점 연구를 융합·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자 개개인의 창의성을 높이는 정책안을 마련해야한다고도 했다. 그는 “개별 연구자의 창의성을 키워야 기초과학의 발전도 담보할 수 있다”면서 “이것이 장기적인 과학기술 발전을 이끌어가기 위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역할로는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화하는 것을 꼽았다. 연구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자신의 임명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임 본부장은 “많은 연구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를 들어 지금보다 좋은 과학기술 정책안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지속적인 미래가치와 과학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공동취재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