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버·스토리지 등 국산 IT제품에 대한 불신의 벽이 여전히 높습니다. 국산 서버와 스토리지가 중기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됐지만 판로가 막혀있는 게 현실입니다.”
하만정 가야데이터 대표는 IT업계에서 수십년간 몸담아 온 서버·스토리지 전문가다. 하 대표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국산 서버·스토리지의 공급 확산에 주력해 왔다. 그러나 외산 장비를 사용하려는 공무원들의 마인드는 예상 외로 강했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서버·스토리지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제도가 시행됐지만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스토리지의 경우 등급이 필요하다고 하 대표는 주장한다. 미션 크리티컬한 중요 업무에는 외산 스토리지를 사용하더라도, CCTV나 백업용 장비는 국산 스토리지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통합전산센터와 관공서 등에 설치된 가상 테이프 장비인 ‘VTL(버추얼 테이프 라이브러리)’은 가성비가 뛰어난 국산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예산을 낭비하지 않으면서 중소 국산 스토리지 업계도 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공공기관의 CCTV나 백업용 저장장치는 국산 스토리지를 사용해 달라는 얘기다.
하 대표는 지난 2009년 서버·스토리지 전문업체인 가야데이터를 설립했다. 가야데이터를 창업하기 전 그는 한국HP, CA(컴퓨터어쏘시에이츠), 팔콘스토어 등 외국계 IT기업에서 20여년간 근무했다. 그래서 그는 외국계 IT기업의 선진 기술과 영업 노하우 등을 잘 알고 있다. 특히 외국계 IT기업에서 일하면서 서버·스토리지의 국산화가 절실하다고 느꼈다. 그가 경남 진주에 서버·스토리지 공장(정촌 공장)을 설립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촌 공장을 통해 서버·스토리지 제품의 국산화와 수입대체 효과를 꾀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국내 x86 서버와 스토리지 시장은 해외 의존도가 심했습니다.”
하 대표는 정촌 공장을 활용한 국내 생산을 통해 기술축적과 인재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미얀마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이공계 학생들을 데려와 정촌 공장에서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는 “국산서버·스토리지의 해외 수출도 모색하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ODA(공적개발원조) 자금 등 정부의 지원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야데이터는 팔콘스토어, 시러스데이타, 시게이트 등 외국계 IT기업들과 스토리지· VTL 장비를 공동개발하고 있다. 하 대표는 하반기에는 이들 외국계 기업과 공동 개발한 무정전 데이타 이관장치, VTL 신제품, 무정전 재난복구 구축 솔루션 등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y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