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상용화해 누구나 휴대하면서 충전하고, 건물 외벽이나 창문에 태양전지를 붙여 에너지를 얻는 그런 시대를 열고 싶습니다.” 석상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특훈교수의 목표다.
석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분야의 세계적 과학자다. 태양전지 상용화의 핵심인 광전변환(에너지전환) 효율 향상 연구에서 내구성 강화와 대량 생산이 가능한 방법까지 상용화 과제를 하나씩 해결해왔다. 그의 연구 성과는 사이언스와 네이처를 통해 전 세계 과학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독특한 유·무기 하이브리드 결정구조를 지닌 물질이다. 이를 소재로 활용하면 가볍고 유연할 뿐만 아니라 저렴한 비용으로 태양전지를 제조할 수 있다.
특히 태양광을 전기로 바꾸는 에너지전환 효율이 높아 기존 태양전지 주 소재인 실리콘 단결정계의 효율 25%까지 도달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차세대 태양전지로 1순위로 꼽히는 이유다.
현재까지 보고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최고 효율은 22.1%다. 석 교수의 기록이다.
지난 2012년 본격적으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를 시작한 이후 그가 거둔 효율 갱신 성과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발전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2013년 3월 '네이처 포토닉스'에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플랫폼 구조 기술, 2014년 5월 '네이처 머티리얼스'에 페로브스카이트 박막을 균일하게 만드는 용액 공정 기술을 연거푸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최고 효율 16.2%를 달성했다.
이어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15년 1월 네이처에 효율 17.9% 확보 성과를 보고했고, 6개월만인 6월 사이언스에 20.1% 효율 달성 기록을 게재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효율 20% 이상은 달성하기 어려운 벽으로 여겨져왔다.
효율 기록 갱신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6월 30일 사이언스에 22.1% 효율 달성 논문을 게재했다. 22.1% 효율 달성은 연구실 수준을 넘어 상용화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태양전지 내구성 강화 연구도 시작했다. 지난 4월 1000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 저비용·고효율에 내구성까지 추가한 차세대 태양전지 상용화에 청신호를 켰다.
그는 “태양전지 상용화 3대 요소는 효율과 가격, 내구성이다. 상용화 가능 효율에 도달했고, 저렴한 제조 방법도 확보했기에 이제 남은 과제는 내구성을 잡는 것”이라 말했다.
석 교수는 “연구자의 길은 끝없이 새로운 과제를 찾아 문제를 풀어내는 것이다. 스스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할 뿐”이라면서 “(후배 과학자에게) 기존 기술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할 수 있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갖춘다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길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