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남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반도체 총괄 사장은 4일 오후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한국·독일 공학한림원이 공동 주최한 '4차 산업혁명-미래산업을 만들다' 콘퍼런스 기조연설자로 참석해 “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을 가능케 하는 핵심 조력산업”이라며 “메모리, 로직, 센서는 지금보다 더욱 진화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우리에게 이점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센싱, 빅데이터 연산 능력, 데이터 저장 공간, 재빠른 무선 응답속도 등 다양한 요소 기술이 자율주행차, 스마트홈, 원격 진료, 스마트 공장 시대를 열어줄 것이라며 이런 기술은 첨단 반도체 기반 하에서 구현될 것이라 전망했다.
김 사장은 반도체 기술이 많이 발전해왔으나 아직 사람 두뇌와 비교하면 성능과 저장밀도, 에너지 소모 효율 면에서 크게 뒤처진다며 기술 발전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사람 뇌의 정보 전달 대역폭은 초당 25테라바이트(TB)다. 이는 현재 시판되고 있는 고속 그래픽D램(초당 32GB)보다 800배나 빠른 속도다. 뇌의 저장 용량은 2500TB로 추정되는데, 널리 판매되고 있는 32TB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보다 80배나 공간이 넓은 것으로 추정된다. 갤럭시S8에 탑재된 스마트폰용 시스템온칩(SoC)의 연산 능력은 500기가플롭스(GFLOPS, 1기가플롭스는 초당 10억회 연산)인 반면 사람 뇌의 연산 능력은 20페타플롭스(PFLOPS)로 무려 4만배나 빠르다. 반면 에너지는 50만분의 1 수준으로 사람 뇌가 적게 소모한다.
김 사장은 “이처럼 반도체와 사람 뇌의 차이는 크지만 결국 이 격차는 좁혀지고, 어느 순간에는 뛰어넘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면 매 3~4년마다 D램 대역폭은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3D 낸드플래시 역시 적층 수를 늘리는 방법으로 매 2년 6개월마다 용량이 두 배씩 늘어날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D램은 25년, 낸드플래시는 20년이면 각각 사람의 뇌를 능가하는 성능과 저장공간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직 반도체는 현재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하에서는 사람 뇌를 뛰어넘기 힘들다. 김 사장은 대안으로 사람 뇌의 신경망을 모방한 뉴럴프로세싱유닛(NPU)이 CPU와 GPU 연산을 돕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현재 시중에서 발표되고 있는 NPU도 사람 뇌에 비하면 연산 성능이 1000분의 1 수준으로 낮기 때문에 성능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김 사장은 “현재 실리콘 재료 기반에선 1.5나노까지 선폭을 축소할 수 있고 몰레브데넘, 이산화황 등 신재료 조합으로는 1나노까지도 선폭 축소가 가능할 것”이라면서 “아직 사람 뇌와 비교했을 때 반도체가 많이 뒤처져 있으나 산업계가 혁신을 계속해 나가면서 그 차이가 빠른 속도로 좁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