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회사의 주권 예탁지정이 지난해부터 증가 추세다. 상장을 앞둔 회사 뿐만 아니라 당장 코스피, 코스닥에 상장 추진 계획이 없는 비상장 회사까지 동반 증가세다. 장외시장 규모 증가에 따라 주식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직접 금융 수요가 커지고 있다.

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예탁원에 주식 예탁을 지정한 업체 수는 총 4426개사로 전년 대비 101개사 증가했다. 신규 예탁지정 법인 101개사 가운데 단 1개사를 제외한 100개사는 모두 비상장회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비상장회사를 중심으로 예탁지정 법인 수가 부쩍 증가했다”면서 “올해 IPO를 추진하는 기업 뿐만 아니라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 조달을 추진하는 등이 증가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예탁지정 법인 수는 전년 대비 365개사 증가한 4325개사로 늘었다. 365개사 가운데 256개사는 비상장회사다. 비상장회사의 예탁지정은 전년 대비 14.21% 증가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비상장기업의 예탁지정 증가세가 장외 주식시장 활성화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해석한다. 예탁지정은 통상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이뤄지는 절차다. 상장을 추진하는 회사는 명의개서대행계약과 통일규격증권 사용 승인 등을 통해 발행 증권의 신뢰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코스피, 코스닥에 상장하지 않는 기업들도 자금 조달을 위해 통일주권을 발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통일주권을 발행했다는 것은 전문투자자 뿐만 아니라 일반투자자에게도 주식 발행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설 준비가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의 비상장주식 거래 활성화도 예탁지정 증가세의 주된 원인 중 하나다. 장외 주식거래는 대부분 38커뮤니케이션, IPO노트 등 사설 사이트를 통해 이뤄진다. 예탁지정 여부가 사설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장외주식 신뢰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장외주식 거래자들이 사설 사이트에 몰리는 주된 이유는 양도세 등 각종 세금 문제 때문”이라며 “음성으로 이뤄지던 장외 주식거래를 당장 양성화시키는 방향으로 정책 방향을 짜기보다는 장외에서 거래되고 있는 주식이 과연 제대로 된 주식인지 확인할 수 있는 절차를 갖출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연도별 예탁지정 법인 현황(단위:사) (*상장은 유가증권시장, 코스닥, 코넥스, K-OTC 포함) / 자료:한국예탁결제원>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