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의 친인척이나 지인을 부당하게 채용한 공공기관이 감사원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감사원은 5일 정용빈 한국디자인진흥원 원장, 백창현 대한석탄공사 사장,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 우예종 부산항만공사 사장 등 4명의 채용 관련 비위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들을 기재부 등 주무부처에 비위사실을 통보했다.
특히 권혁수 전 석탄공사 사장과 강원랜드 최흥집 전 사장을 포함해 비위 4건에 관련된 8명에 대해서는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를 요청했다.
감사원은 53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올해 3월 20일부터 4월 21일까지 감사인원 49명을 투입, '공공기관 채용 등 조직·인력운영 실태'를 점검했다. 이 결과 39개 기관에서 총 100건의 위법·부당·제도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확인하고 10건 16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
정용빈 디자인진흥원 원장은 지인의 자녀와 전직 원장의 자녀 등 지원자 3명에 대해 서류 전형 합격 및 인·적성 검사 점수 조작, 필기전형 특혜 등을 지시했고 결국 이중 2명이 최종 합격자 3인에 포함됐다.
석탄공사는 지난 2014년 청년 인턴 10명을 채용했고, 이듬해 4월 이들 중 6명을 정규직에 해당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해당 채용 과정에는 당시 권혁수 석탄공사 사장의 조카가 포함됐다. 권 전 사장은 인사 담당 실장에게 조카의 인턴 합격을 직접 지시했고, 실무자는 자기소개서 점수에 만점을 줬다. 이후 권 전 사장은 다시 한번 조카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현재 석탄공사 사장인 백창현 당시 본부장은 무기계약직 전환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시를 이행했다. 감사원은 백 사장의 비위사실을 기재부와 산자부 장관에게, 권 전 사장에 대해서는 인사처에 통보했다.
김정래 석유공사 사장은 2016년 2월 3일 처장에게 자신의 전 직장 후배와 고교·대학후배의 이력서를 직접 건네며 1급 상당의 계약직 채용을 지시했다. 석유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지 불과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최흥집 전 강원래드 사장은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비서관 김모씨를 특혜 채용했다는 이유로 수사 의뢰됐다. 최 사장은 강원랜드 최대 현안인 폐광지역특별법 존속기한 연장 및 카지사 확충에 도움을 줬다는 이유로 김씨를 채용하기로 하고 기조실장을 불러 실무 경력 미달에도 불구하고 김씨를 경력직으로 채용했다.
감사원은 우예종 부산항만공사 사장의 비위 사실도 해양수산부와 기획재정부 장관에 통보했다. 우 사장은 2016년 7월 신입 및 경력직 직원 11명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임의로 합격인원을 조정했다.
감사원측은 “이번 감사는 심각한 청년실업난 속에 공공기관의 인사청탁·특혜채용 논란이 지속 제기되는 등 국민불신이 심화 되고, 구직자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엄정한 책임 추궁을 하기 위해 진행됐다”며 “향후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
성현희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