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불법 오락실 15조원…되살아난 '바다이야기'

불법사행성 게임장 규모
불법사행성 게임장 규모

바다이야기 사건이 터진 지 10년이 지났다. 당시 정부는 불법 게임과의 전면전을 선언, 강력한 단속 의지를 천명했다. 소통 작전을 계기로 불법 게임이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바다이야기라는 명패만 모습을 감췄다. 불법 고리는 여전했다. 오히려 정부는 음지로 파고든 불법·변종 게임장과의 전쟁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

사진=전자신문DB. 해당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습니다.
사진=전자신문DB. 해당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습니다.

◇15조 지하경제…성인게임 가능한 청소년게임장

불법 도박 게임 바다이야기 수사는 2005년 12월 28일 대검찰청의 '무기한 특별단속' 선언으로 시작됐다. 당시 소탕 작전은 2007년 2월 23일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결과 발표로 일단락됐다. 153명이 기소됐다. 그러나 단속을 피해 은밀한 공간으로 숨어 들어간 신종 불법 게임이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업계는 불법 게임장이 전국에 1000곳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6일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불법 사행성 게임장 시장 규모는 14조4152억원에 이른다. 바다이야기 수사가 마무리된 2008년 11조5596억원보다 3조원 가까이 늘었다. 게임 분야의 지하경제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불법 온상지는 성인오락실이 아닌 청소년게임장이다.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정부는 사행성 게임에 초강력 제재를 가했다. 직격탄은 성인오락실로 떨어졌다. 경품을 내걸지 않은 고스톱, 포커 오락실 외엔 씨가 말랐다. 그마저도 시간당 투입 금액 제한 조치로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그러는 사이 불법 청소년게임장만 덩치를 키웠다. 매주 한두 건의 새 게임이 등장했다. 바다이야기와 같은 캐릭터, 비슷한 게임 방식인 데도 전체이용가 등급을 받았다. 규제 당국이 게임 소스코드까지 일일이 분석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려 일단 허가를 받은 뒤 불법 성인게임으로 개·변조하는 수법이 극성을 부렸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인정하면서도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불법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심증만으로 허가를 안 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단속도 한계에 부닥쳤다. 게임물 위·변조 수법이 정교해지면서 불법과 합법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SW)에 핫키를 숨겨 놓고 버튼만 누르면 불법 게임이 청소년용으로 바뀌는 기상천외한 수법까지 등장했다.

올해 1~6월 경찰 단속에 걸린 불법 청소년게임장 수는 49건이다. 성인오락실은 같은 기간에 단 한 건도 적발되지 않았다. 신고나 불법 정황을 포착해서 관계 당국이 출동한 횟수도 성인게임장이 3건, 청소년게임장이 75건인 것으로 각각 나타났다.

◇씨 마른 성인오락실 규제 얼마나 세기에

성인오락실 규제는 지나치게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선 게임 기록을 저장할 수 없다. 게임 아이템을 얻었다 하더라도 자리를 뜨는 순간 자동 소멸된다.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콘텐츠도 제한에 걸려 있다. 고스톱, 포커 외에는 허가가 잘 나지 않는다.

빙고, 블랙잭 등 성인게임 종류가 셀 수 없이 많지만 대부분 규제에 막혀 있다. 본지 취재 결과 최근 등급 분류를 통과한 성임게임 10개 가운데 8개가 포커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나머지 2개는 가상현실(VR) 게임이다.

시간당 이용 요금도 1만원으로 묶였다. 시간은 '게임기 블랙박스'라고 불리는 운영정보표시장치(OIDD)가 잰다. 사용자 기준이 아니다. 장치 내부에 있는 시계가 매시 0분 0초부터 59분 59초까지 측정한다. 만약 게임기가 6시 30분에 1만원을 먹은 상태라면 다른 손님은 아무도 게임을 할 수 없다. 시간당 최대 투입 금액 1만원을 이미 채웠기 때문이다. 정각이 되는 7시까지 30분을 기다린 후 돈을 넣어야 한다.

온라인·모바일 게임에선 허용되는 확률형 아이템도 성인오락실에선 발을 못 붙인다. 사행성 조장 우려 탓이다. 바다이야기 사건은 상품권을 현금으로 불법 환전해 줌으로써 문제가 됐다. 사행성을 야기한 환전은 막되 확률 규제는 어느 정도 풀어 줘야 한다는 게 업계의 요구다. 요금 제한도 불필요한 규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성규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 회장은 “세계 어느 나라도 실력에 의해 승부가 나는 게임에 금액 제한을 걸진 않는다”면서 “사행성 문제는 최대 베팅 금액을 정하고 일정 확률 이상 배당을 보장해 주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불법 사행성 게임장 규모 (단위: 억원)

(자료=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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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