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I 컬럼/ 중국의 규제, 가상화폐 시장의 빙하기가 될 것인가?

ETI 컬럼/ 중국의 규제, 가상화폐 시장의 빙하기가 될 것인가?

지난 4일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은 홈페이지를 통해 가상화폐상장(ICO)에 대한 규제 정책을 발표했다. ICO가 중국의 경제 및 금융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것. 인민은행은 ICO를 통한 자금조달 행위의 전면 금지는 물론, ICO로 얻은 투자금을 투자자나 본국으로 송금해야 한다는 행동강령도 발표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 발표에 가상화폐의 ‘맏형’ 격인 비트코인(Bitcoin)의 시세는 급락했다.

중국 정부는 정말로 가상화폐 시장을 포기한 것일까? 일각에서는 여러 분야에서 외국 기업에 대한 규제 정책으로 내수 시장 활성화와 자국 기업 경쟁력을 강화를 꾀한 사례를 봤을 때 가상화폐 금지 역시 내재화를 위한 전략적 조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000년 초, 한국의 판도라TV와 같은 영상 플랫폼들은 영상 하나 당 몇 백만 뷰 이상의 트래픽이 몰리는 호황기를 보냈다. 대부분의 트래픽은 한국 영상 콘텐츠를 즐기려는 중국인들이었다. 하지만 이런 호황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중국 정부가 한국의 영상 플랫폼 뿐 아니라 구글의 유튜브까지 차단해버렸기 때문이다. 반대로 중국 정부는 영상 플랫폼 시장에 정책 지원금을 쏟으면서 유튜브에 필적하는 유쿠(Youku)를 탄생시켰다.

온라인게임 분야도 마찬가지다. 2000년대 중·후반 온라인게임 업계에서 중국 수출은 대박으로 통하는 지름길이었다. 하지만 게임 시장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한국 게임 수입 막는 등 규제를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영향으로 게임 출시를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꿔버렸다. 그 결과 외산 게임은 물론 한국 게임들이 허가를 받지 못해 게임을 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

콘텐츠의 검열을 담당하는 중국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에 따르면 지난해 총 3851종의 게임이 허가를 받았다. 외국 게임은 228종이 허가를 받았고 이 가운데 한국 게임은 13종이 허가를 얻었다. 허가된 전체 게임 가운데 한국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0.3%에 불과했다. 올해도 상반기 6종의 한국산 게임이 허가를 받는데 그쳤다.

이러한 규제책 덕분에 중국은 텐센트와 넷이즈 같은 글로벌 대형 게임 퍼블리싱 업체들을 육성시킬 수 있었다 시장조사기관 iResearch가 발표한 ‘2017년 중국 온라인게임 산업 연구 보고’에 따르면 2016년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 규모는 1789억 위안(약 29조 원)으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미국이 1528억 위안(약 26조 원)으로 뒤를 이었다.

다시 가상화폐 얘기로 돌아와, 중국 정부의 규제 정책은 반대로 기술 내재화 및 내수 시장 활성화로 풀이될 수 있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기술에 대해서도 철저히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를 기준으로 자국 기업들의 참여를 늘려 나간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 정부는 블록체인 연구개발(R&D)과 상용화에 정책 지원금과 인재 육성에 힘을 쏟고 있는 상태다.

중국 정부에 가상화폐는 매력적인 존재다. 기존 지폐에 비해 위조가 어렵고, 미국 달러 위주로 이뤄진 글로벌 화폐 패권을 흔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규제 발표를 놓고 가상화폐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가상화폐 전면 금지, 다시 한 번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필자 소개: 김호광-프로그래머 / 나이키 Run the city의 보안을 담당했으며, 현재 여러 모바일게임과 게임 포털에서 보안과 레거시 시스템에 대한 클라우드 전환에 대한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관심사는 사회적 해킹과 머신 러닝, 클라우드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