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간 무역 분쟁이 현실화되면 금융 시장도 파장을 피할 수 없다. 중국 수출 경기 부진은 자연스레 위안화 가치 하락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수출 기업의 중국 내수시장 개척뿐만 아니라 중국 증시로 유입되기 시작한 국내 투자자의 손실도 불가피하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올해 미국 달러화당 위안화 가치는 4% 이상 올라 약 1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서 외국인 자금이 신흥 시장 가운데에서도 중국으로 유입되고 있다.
지난달 말 이후 위안-달러 환율은 달러당 6.6위안선 아래로 내려갔다. 6일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당 6.5311위안으로 고시했다. 전 거래일 고시 환율인 6.5370위안에 비해 달러 대비 위안 가치가 0.09% 상승한 것이다.
계속되는 위안화 가치 상승에 중국 증시도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5일 상하이종합지수는 3거래일 연속 상승을 이어 가며 3384.32로 장을 마감했다. 7월 3300을 돌파한 이후 지난해 1월 이래 최고가를 경신했다. 홍콩 항셍지수도 2만8000선을 횡보하며 연중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이 발생하면 강세를 보이던 위안화의 하락 반전 가능성이 짙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반대로 위안화 대비 원화 가치가 상승한다. 한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악화된다. 국제금융센터는 “중국의 수출 부진으로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출 비중이 높은 아시아 등 국가의 성장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이 대폭의 위안화 평가 절하에 나선 2015년의 원·위안 환율이 5% 하락했을 때 국내 총수출은 3% 감소했다. 특히 기계 산업 수출이 크게 위축했다.
박스권을 뚫고 성장세를 보이던 증시도 동반 하락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중국 증시가 박스권을 돌파하면서 국내 투자자의 중국 선강퉁·후강퉁 자금 유입이 늘고 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중국 주식 거래 대금은 8월 넷째 주 들어 급증했다. 이전 3주 동안 평균 거래 대금에 비해 약 37% 늘었다. 특히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선강퉁은 76.5% 증가했다.
금융투자업계가 위안화 약세를 우려하는 이유다. 중국 증시 폭락으로 지난해 초 발생한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과 같은 사례가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