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미 정치권과 산업계를 뒤흔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논란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6일(현지시간) 현지 외신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미 의회에 당분간 한미 FTA 폐기 관련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통상 전문매체 '인사이드 US 트레이드' 등은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비롯한 미 의회 핵심 인사들은 정부 내에서 한미 FTA 철회 문제를 당분간 의제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보고받았다고 보도했다.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 여부를 다음 주부터 논의하겠다”고 밝히면서 촉발된 논란은 나흘 만에 없던 일이 될 전망이다.
미국 정부가 한미 FTA 폐기 카드를 꺼내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는 5일부터 감지됐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한미 FTA와 관련된 문제를 다루기 위한 개정 협상을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미국 정부가 한미 FTA 관련 발언 수위를 급격하게 낮춘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폐기 언급 직후 미 정치권과 산업계 등에서 반대 여론이 빗발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 의회에서는 한미 FTA 폐기는 한국보다 미국 경제에 오히려 큰 피해를 줄 수 있으며, 한미 동맹 관계에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성명이 이어졌다. 톰 도너휴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도 성명을 통해 '무모하고 무책임한' 한미 FTA 폐기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지 언론과 통상 전문가들도 '한미 FTA 폐기는 성급한 일'이라며 분위기에 가세했다. 한미 FTA 폐기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가 한미 FTA 폐기 카드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당국자들은 한미 FTA 폐기 구상을 완전히 접었다고는 하지 않았으며, 이를 시급한 사안으로 고려하지 않을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 보좌관들은 '한미 FTA 폐기는 여전히 옵션'이라고 밝혔다. 언제든 여건이 맞으면 다시 한미 FTA 폐기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상황을 예단하지 않고 차분하게 모니터링하면서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한미 FTA 폐기 논란이 미국 언론 보도를 중심으로 이뤄졌을 뿐, 우리 정부에는 어떤 공식적 통보도 없었던 만큼 굳이 일희일비하며 공식 대응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도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차분하고 당당하게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며 “개정 협상까지 가기 전에 한미 FTA로 양국이 얻은 이익을 조사·분석하고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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