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자리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 환경에 대대적 변화를 예고한다. 모든 변화의 시기가 그렇듯 불안감이 따르지만 신기술과 신산업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일자리의 질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과거 산업혁명기마다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근거는 동일하다. 기술이다. 인간을 좀 더 이롭게 하려고 개발한 기술이 결국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는 다르다. 산업, 정보화혁명 이후에도 일자리가 줄지는 않았다. 제조기술, 정보기술(IT) 모두 신산업을 일으켜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다.
매킨지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내 800개 직업의 2000개 작업 가운데 45%를 자동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기술로 완전 자동화할 수 있는 직업은 5% 미만에 불과했다. 미래를 예견하기는 어렵지만 절반 이상은 대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결국 4차 산업혁명 시대 일자리 존속은 업무의 대체 가능 여부로 결정된다. 기술과 보완된다면 기술이 직무 일부를 대체하더라도 생산성이 커질 수 있다.
직무가 대체된다고 그만큼 일하는 시간이나 일하는 사람 수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물론 생산성 향상에 따른 인력 감소가 있지만 새로운 수요가 생겨나기 마련이다.
기술 진보에 따른 직무 변화도 주목해야 한다.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생겨날 수도 있지만 직무 변화를 감지하고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교육이 인터넷, 가상현실(VR) 등과 결합하면서 교사 직무는 지식 전달자보다 방향성을 알려주거나 감정을 다스리는 멘토로 바뀐다. 교사라는 일자리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기술 개발에 따라 기존 직업의 직무가 바뀌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사라질 미래 직업을 성급하게 낙인찍기도 하지만 직무 변경을 확대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직업 등장도 주목해야 한다.
스마트공장이 기존 일자리 일부를 없애도 이를 기획하고 설계하는 직업군이 더 많이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장용 로봇이나 자동화 물류 시스템 개발과 운영, 수리 등은 여전히 사람 몫으로 남는다. 우리가 사람이 일해야 할 곳으로 여겼던 공간에 사람이 보이지 않을 뿐이다.
스마트공장 도입에 따른 기업 실적 개선이 신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생산성 향상과 원가 절감은 기업 제품 경쟁력의 밑거름이다. 이에 힘입어 사업이 확장되면 기업의 고용 창출 여력도 높아진다.
신산업, 신서비스 등장에 따른 일자리 창출도 기대된다.
VR는 새로운 일자리 보고다. VR는 자연스레 디스플레이와 결합한다. 가상공간이 물리공간과 결합되는 과정에서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가상백화점으로 친구들과 쇼핑가서 물건을 사면 실제 제품이 배달된다. 결제 방식을 비롯해 수많은 콘텐츠 개발과 운영도 사람 몫이다.
드론은 항공촬영을 비롯한 조종전문가와 인증, 수리 등에서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드론 제조가 하나의 산업군으로 자리잡는다. 드론 조종·수리와 관련해 새로운 서비스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3D프린터도 역효과보다 긍정 효과가 주목된다. 기존 제조업 일자리를 줄이기는 해도 소재 개발부터 프린터 제조와 활용 등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3D프린터로 자가 제작이 가능해 활용법 교육이나 대행 산업도 각광받는다.
의료 기술 발달은 의료가 아닌 분야의 일자리를 늘린다. 보험을 비롯한 헬스케어가 수혜 업종이다. 건강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홈 헬스케어 장비 판매와 대여, 설치, 유지보수 등 업무도 늘어난다. 예방과 관련된 보험 상품도 늘어난다. 유전자 치료, 인공장기 이식과 같은 새로운 치료도 보험이 가능해진다.
통신과 네트워크 발달로 재택근무가 확산되는 것도 새로운 변화다. 근로와 여가 시간 구분이 모호해지고, 공간 경계도 사라진다. 이에 따라 전통의 고용관계가 느슨해지거나 해체되고 있다. 명령이나 지시를 받는 상하 고용관계가 아니라 계약에 의한 수평 관계로 변화하는 것이다.
<7>의료
의료산업은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주목 받는 분야 가운데 하나다. 로봇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ICT 등 4차 산업혁명 주요 기술과 의학을 결합해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 가능 범위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지 포천(Fortune)은 이에 따른 의료산업 내 주요 흐름으로 원격진료, 알고리즘 의학, 차세대 캡슐, 유전자 혁명, 제약산업 혁신을 제시했다.
원격진료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이미 시작됐다.
미국 보건사회복지부에 따르면 미국 의료기관의 약 61%, 병원의 40~50%가 원격진료를 제공한다. 미국 원격진료협회(ATA)는 2015년 한 해 약 1억5000만명이 넘는 미국인이 원격진료 서비스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원격진료는 인공지능(AI)과 통신, 빅데이터, 센서 기술 발달로 혈압·심박수 등 생체신호 측정에서 검진과 진단, 치료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응급한 수술을 요하지 않는 가벼운 질병은 대부분 원격으로 해결 가능하다.
알고리즘 의학은 빅데이터 분석과 AI를 활용해 인간 한계를 극복하는 게 목적이다. 매일 약 250경(2.5 quintillion)에 이르는 빅데이터를 머신러닝과 AI로 학습하고 분석한다. 머신러닝이 학문 연구와 생체 정보, 의료 기록을 습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AI가 가장 적합한 치료방법과 처방전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세계에서 매 시간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연구논문, 임상실험 결과, 과학 연구, 특허, 건강 정보 등을 인간이 직접 배우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타트업 FDNA는 유전질환 딥러닝 플랫폼 페이스투진(Face2Gene)을 활용해 얼굴 사진만으로 환자 유전질환을 파악한다. 200가지가 넘는 희귀 유전질환 환자 사진과 특징점을 비교한다.
가까운 미래에는 약을 매번 시간 맞춰 먹지 않아도 된다. 주사를 맞으러 병원까지 굳이 갈 필요도 없다. 차세대 캡슐이 해법이다.
스마트 캡슐이라고 불리는 이 캡슐은 삼키거나 피부 밑에 삽입한다. 특정 기간 일정 시간에 정해진 양을 배출한다. 약을 거르거나 과다 복용할 일이 없다. 환자가 약 복용 처방을 따르지 않아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만성질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도록 돕는다. 미국에서 매년 약 복용을 성실히 하지 않아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비용만 1000억~3000억 달러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세대 캡슐은 빈곤국 질병 예방과 치료에도 활용된다. 백신 투여 패치나 에이즈 예방 약물 투여 임플란트 등 새로운 투약장비가 열악한 의료환경을 대체할 것이다.
시장조사기업 프랭클리(Frankly Inc)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 캡슐 시장 규모는 2016년 8억5000만달러 규모에서 2021년까지 연평균 21.1%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유전자 혁명은 인간이 유전성 질병까지 다룰 수 있게 해 준다.
이미 의학계에서는 'Crispr-Cas9'이라 불리는 3세대 유전자 가위를 발견, 유전자 편집 기술이 큰 진전을 이뤘다.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는 비정상적 부분을 정확히 찾아내 몇 가지 염기서열 조작만으로 최적 구조를 형성하게 돕는다.
미국 텍사스 사우스웨스턴 의과 대학 연구진은 4월 크리스퍼와 Cpf1이라는 다른 종류의 효소를 연결, 치명적 근육 파괴 질환인 듀켄씨근이영양증과 관련된 돌연변이를 바로잡는 데 성공했다. Cpf1은 효소 크기가 작아 Cas9가 도달할 수 없는 특정 유전자 영역을 공략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NK 우드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16년 3억6100만달러에 달했다. 2017~2025년까지 연평균 36.79% 성장해 2025년에 59억66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제약산업도 혁신기에 접어든다. 제약산업 내 거대 제약기업과 소규모 생명공학 기업 간 인수합병, 공동 연구 등을 통해 기업 간 경계가 흐려진다.
브렌트 손더스 엘러갠(Allergan) CEO는 한 인터뷰에서 “회사가 연구실을 짓고 약을 개발하는 데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다면 연구실 안에서 가능한 일만 한다”면서 “하지만 우리가 벽을 벗어나면 연못이 아닌 대양에서 낚시를 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근 제약 산업 공동연구 상황을 보면 실험장소가 우주까지 확대되고 있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이끄는 민간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계약을 맺고, 제약기업 머크와 유명 바이오의약 기업 물품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배달했다. 머크는 2012년 이후 우주과학발전센터(CASIS)와 협력해 미세 중력 영역에서 약물을 실험 중이다. 차세대 암 치료제 키트루다다. 미세중력 영역은 지구에서 얻을 수 없는 신약 개발 기회를 제공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유창선 성장기업부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