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로봇으로 불리는 산업용 로봇은 유럽과 일본이 시장을 선도한다. ABB, 화낙, 야스카와, 쿠카, 가와사키가 빅 5로 꼽히며 시장 60%를 점유하고 있다. 최근 중국기업이 독일 쿠카를 인수, 유럽과 일본 양강 구도 속에 신흥 강국으로 중국의 부상이 주목된다.
산업용 로봇 최근 트렌드는 지능형 시스템 구축과 플랫폼 선점 경쟁으로 요약할 수 있다.
기존 산업용 로봇은 입력된 작업만을 수행하는, 즉 대량 생산에 최적화됐다. 최근에는 정밀 제어가 가능한 협업로봇이 등장해 다품종 소량생산 라인에까지 적용되고 있다.
생산 라인에서 인간과 협업은 물론 로봇과 로봇, 로봇과 설비 간 상호작용으로 보다 섬세하고 복잡한 작업까지 수행이 가능해졌다. 산업용 로봇에 인공지능(AI), 산업사물인터넷(IIoT)을 접목해 고도화한 지능형 로봇 시스템이다.
지능형 로봇 시스템 지향점은 스마트팩토리다.
산업용 로봇은 단품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미래 시장은 네트워크 기반의 일괄 자동화 체제다.
빅5를 비롯해 산업용 로봇 선도 기업이 최근 속속 자사 로봇을 기반으로 생산라인 전체를 종합 컨트롤할 수 있는 스마트팩토리 종합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는 이유다.
이들 기업은 로봇을 개별 라인에 적용해 생산성을 높이던 것에서 이제는 공장 전체, 나아가 공장과 공장을 네트워크화하면 더 높은 생산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선전한다.
지난해 말 화낙은 차세대 지능형 스마트팩토리 구축 및 운영 솔루션 '필드시스템'을 선보였다. 자사 산업용 로봇에 AI, IoT,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하고 고장 예측에서 기기 간 시너지를 발휘해 생산 데이터 수집·축적·활용까지 공정 전체를 지능화·자동화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화낙은 이 시스템을 자사 산업용 로봇, 공작기계, 공작기계용 수치제어(NC) 장치 사용 기업을 대상으로 집중 공략하고 있다. 기존 산업용 로봇과 NC 컨트롤러 시장 점유율을 지켜내기 위한 전략이다.
KUKA, 지멘스, 유니버셜로봇 등도 자사 로봇, 공작기계, 주변기기, SW를 통합한 로봇 기반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한다.
자동화와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춘 단품 로봇 시장은 이제 공정 전반을 혁신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로봇 시스템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산업용 로봇 시장에 스마트팩토리 플랫폼 경쟁 시대가 열렸다.
플랫폼은 분야를 막론하고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이자 무기다. 어떤 기업이, 어떤 국가가 주도한 지능형 로봇 플랫폼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확산되는지에 따라 미래 산업용 로봇 시장의 판도는 달라진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이 내놓은 '글로벌 로봇산업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로봇 기술 수준은 미국에 4.2년, 이어 일본과 EU보다도 상당히 뒤처졌다. 한화테크윈을 비롯해 대기업이 새롭게 시장에 진출하고, 최신 로봇을 자체 개발한 중소기업도 늘고 있지만 선진 기업과 기술 격차는 여전히 크다.
최근 부산, 경남 등 지역 로봇산업협회는 12개 지역거점로봇센터 활성화를 위해 로봇융합비즈니스지원 사업 예산 증액을 요청했다. 기존 8억원 규모 사업 예산을 40억~60억원으로 늘려 로봇 산업과 각 지역 전략산업과 융합을 촉진, 지역 로봇산업 육성 시너지를 높여보자는 제안이다.
오연택 동명대 로봇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이 로봇에 적용 가능한 새로운 기술이나 부품을 개발해도 적용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수요처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면서“제어기, 감속기 등 외산 핵심 로봇부품을 정부 지원 대·중소기업 협력 개발 사업으로 추진하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 지원 강화와 함께 산학연관 전반에 로봇산업을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높다. 정부 정책에서 업계나 학계의 연구개발 방향까지 로봇에 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 로봇업계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로봇기술 개발과 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사업과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로봇이 여러 산업 가운데 하나, 즉 '원 오브 댐'이라는 인식 아래서는 괄목할 발전을 꾀하기 어렵다”며 정책 입안 및 결정권자의 로봇산업에 대한 관점 변화를 요구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지난 6월 로봇 활용 방안 보고서를 통해 “정부 정책입안자·지자체· 교육계 등이 기업과 협력해 안전, 책임, 사회적 영향, 교육 훈련을 위한 예산 사용을 긴밀히 논의해 프로세스를 체계화하고 산업과 사회 전반에 필요한 요소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장명 부산대 교수는 “로봇은 전기, 전자, 기계, IT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이 상호 시너지를 거둬야 발전할 수 있다. 단기 및 단편 과제를 벗어나 로봇 효용성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꾸준히 모색하고 동시에 부품, SW, 완제품, 서비스 등을 아우르는 로봇 생태계 구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