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온라인에서 간이 우울증 진단 서비스를 시작한 것을 둘러싸고 학계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구글은 미국의 비영리 정신질환자 지원단체 전미정신질환연합(NAMI)과 공동으로 제공하는 이 서비스를 우울증에 대한 인식도를 높이고, 치료받을 기회를 높이기 위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미국 기반 웹페이지에서부터 시작된 서비스는 구글에서 우울증 단어를 넣으면 맨 위에 나타나는 자가 검사 도구인 PHQ-9가 뜬다. 9개 질문에 답하면 점수화해 결과를 알려준다.
간이 우울증 진단 서비스 비판론자들은 서비스가 오판, 과잉 진단, 프라이버시 침해와 데이터를 이용한 광고에 활용될 위험 등이 있다고 경고했다.
브리티시메디컬저널(BMJ)은 논쟁적 사안에 대한 찬반 양측의 토론을 방송하고 주장을 간이 논문 형식으로 소개하는 '얼굴을 맞대고(Head to Head)' 코너에서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켄 덕워스 하버드의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혈압과 혈당을 집에서 잴 수 있듯이 정신건강 상태도 직접적으로, 간편하게 검사할 수 있게 됨으로써 얻을 이익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PHQ-9가 자가검사법으로서 오랫동안 효용이 입증됐다. 이를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한 구글 검사 결과는 의학적 최종진단이 아니며 필요하면 전문가와 상의하면 되므로 큰 문제는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사이먼 길바디 영국 요크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PHQ-9 문항 수가 적은 데다 설문 결과는 다른 정신장애들과 오인할 수 있게 한다고 비판했다. 길바디 교수는 “우울증 등 정신질환 진단은 정확한 진단, 효과적 치료, 적절한 후속 조치 등이 보장되는 적절한 환경에서만 해야 한다”며 “오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뜩이나 심각한 우울증 진단과 치료제 처방 과잉현상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PHQ-9는 화이자 지원을 받은 학자들이 개발하고 화이자가 지식재산권을 소유하고 있다. 화이자는 항우울제 시장 강자다. 이를 두고 일부 학계는 구글이 사람들을 대형 제약회사들을 위한 길로 가도록 재촉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장윤형 기자 wh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