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 나흘 만인 15일 스스로 물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중기부 초대 장관후보자로 지명한 지 22일 만이다.
박 후보자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국회 결정에 따르겠다고 한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 국회 결정을 존중해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청문회를 통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서 이념과 신앙 검증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음에도 전문성 부족을 명분으로 부적절 채택을 한 국회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며 복잡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지명 이후 창조과학회 활동, 뉴라이트 역사관 문제가 불거지면서 논란의 중심이 섰다. 이어 부동산 다운계약서, 주식 무상 증여 등 각종 의혹에 시달리며 사퇴 압력을 받아 왔다. 장관 후보자 지명 이후 두 차례나 기자회견을 열고 청문회에서도 적극 해명했으나 부정적인 여론을 바꾸지는 못했다.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논란을 잠재우기는커녕 장관 후보자로서 능력을 입증하는 데도 실패, 여당의 묵인 아래 부적격 보고서가 채택됐다.
박 후보자가 국회 벽을 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뉴라이트 역사관이다. 촛불 항쟁으로 선 현 정부 국정철학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와 보수논객으로 알려진 변희태 씨 초청 건이 빌미가 됐다.
이 전 교수는 이승만 정부 출범을 건국절로 삼자고 주장하는 뉴라이트 대표 인사다.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정기세미나에 초청됐다. 이에 앞서 변희재 씨가 2014년 포항공대 간담회 행사에 초대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박 후보자 역사관 논란에 불을 지폈다.
최저임금 인상 문제 등 중기부 현안에 대해서도 확실한 답변을 내놓지 못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지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일부 여당 의원은 인사청문회 뒤 박 후보자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종교적 편향 논란은 정치권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인단체와 시민단체도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박 후보자 사퇴로 문재인 정부를 대표하는 중기부는 외청에서 부처로 승격했지만 50일 넘게 수장자리가 비어있다.
김현 더불어민주당은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의 1기 내각 중 마지막 장관 인선”이라면서 “철저한 인사검증으로 해당 분야 전문성과 도덕성,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를 추천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유창선 성장기업부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