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면서 차기 장관 인선에 관심이 쏠렸다. 출범 50일이 지나도록 수장 공백 상태가 이어지자 비교적 청문회 통과가 수월한 '정치권 인사' 카드도 거론된다.
17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청와대는 당초 배제했던 정치권 인사를 포함해 폭넓은 분야에서 중기부 장관 후보를 물색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서라도 서둘러 인선 작업에 나설 것”이라면서 “여러 분야 후보를 두고 신중하게 다시 검토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당초 청와대는 벤처 분야 경험과 학식을 동시에 갖춘 전문가를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 임명할 방침이었다. 앞서 중기부 장관 후보를 찾을 때 정치권 인사는 제외했다. 이미 내각 구성에서 정치인 비중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 30여명 가까이 검토한데다 박 후보자까지 낙마하면서 정치권 인사 가능성이 제기됐다. 업계나 학계 출신을 지명하면 '제2의 박성진'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청와대의 조속한 인사 대처와 적합한 인사 지명이 중기부 수장 공백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할 수 있다”며 “박 후보자 낙마 이후 남은 선택지가 정치권 밖에 없는 상황인 데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국내외에서 장관 공백 장기화로 인한 '후폭풍'은 감지됐다. 15일 베트남 호찌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중소기업 장관회의'에 한국은 장관을 대신해 이상훈 성장정책지원관이 참석했다. APEC 중소기업 장관회의에 국장이 수석 대표로 참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새 정부 국정 과제인 국가 창업벤처 활성화를 비롯해 대·중소기업 정책 불균형,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 생계형 적합 업종 법제화 등 중소·벤처·소상공인의 당면 현안 대응도 '제자리'다.
당초 지난 달 발표하려 했던 '혁신 창업 생태계 조성 방안'은 여전히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중기부는 내부적으로 장관 취임하면 발표하려 한 차례 연기했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새로운 장관이 취임할 때까지 다시 기다려야 하는 형편이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에 따른 소상공인 관련 현안 문제도 마찬가지다. 소상공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장관이 직접 나서 조율해야 하나 현재로서는 그럴 여력이 없다.
부처 내부 조직 정비도 급선무다. 중소기업정책실·창업벤처혁신실·소상공인정책실 3개 실장 직위가 모두 공석인데다 국과장급 인사도 '올 스톱'이다.
중기부는 당장 다음 달 16일로 예정된 국정감사도 장관 없이 치러야 할 형편이다. 부처 승격 후 처음 맞는 국감을 수장 없이 임한다.
내년 예산 수립도 '비상등'이 켜졌다. 통상적으로 각 부처는 11월이면 내부적으로 차기 연도 예산안 수립을 마쳐야 한다. 국회가 12월 2일이면 새해 예산 심의를 종료해서다.
기관의 한 해 예산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장관 역할이 중요하지만, 중기부는 언제 장관을 맞을 수 있을 지조차도 불투명하다. 내년부터는 새 정부 정책의 본격화로 보다 세심한 예산 수립이 필요한데, 현 상황으로는 장관이 이미 다 짜여진 예산을 보고받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가 서둘러 새로운 후보자를 지명해 인사 청문회 절차를 밟아도 한 달 가까이 중기부 장관 공석이 불가피하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
공동취재 성현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