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7개 면적에 달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일제강점기 일본인 토지가 광복 72년 만에 국고로 환수됐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1단독 정지은 판사는 이날 열린 소유권 등기 이전 사건 재판에서 정모씨 소유의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임야 4만6,612㎡를 국가에 소유권 이전 등기 절차를 이행하라며 원고(대한민국)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재판은 A 씨가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아 변론 없이 종결됐다. 피고인이 변론을 포기한 점으로 볼 때 항소 가능성이 낮아 사실상 이 토지의 국고 환수는 확정된 것과 다름없다.
이 토지는 1944년 2월 가라시마 다쓰오가 소유권을 이전 받았고 1984년 7월 A 씨 명의로 소유권 이전 등기가 이뤄진 뒤 현재까지 변동사항이 없다. 검찰은 가라시마 다쓰오라는 인물을 일본인으로 판단했다. 같은 이름이 국가기록원 창씨개명성표 자료집에 존재하지 않고,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의 일제강점기 재조선 일본인 인명자료집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이 소유했던 모든 땅은 1945년 광복 후 조선군정청(미군정)에 귀속됐다. 이후 1949년 귀속재산처리법에 따라 대한민국의 땅이 됐다. 그러나 일부 토지가 귀속에서 누락됐다가 내국인이 불법 점유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강릉 임야도 비슷한 사례에 해당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해당 토지의 표준공시지가는 1m²에 722원. 이를 기준으로 전체 가격을 산정하면 3365만 원이다. 그러나 매물로 나온 근처 임야 가격 등을 감안할 때 실제 거래가격은 1억 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고검 특별송무팀은 지난 2월부터 일본인 명의의 땅을 광복 후 불법 소유한 것으로 의심되는 전국의 토지 5만8,000여㎡를 국가로 환수하기 위한 소송 10건을 동시 진행하고 있다. 이 중 강릉의 임야는 검찰이 제기한 소송의 전체 토지 면적의 79%를 차지하는 가장 큰 사건이었다.
검찰은 6월부터 본격 소송을 진행해 2건의 토지를 되찾았고, 이날 환수가 결정된 강릉시 임야가 세 번째다. 앞서 대구지법 안동지원은 지난달 5,250㎡ 토지에 대해 국가에 소유권 이전 등기 절차를 이행하라고 판결했다. 창원지법 밀양지원에서도 화해권고 결정을 내려 검찰이 토지를 인계했다.
이번 판결을 포함해 그동안 진행된 민사소송 3건에서 검찰이 잇따라 승소함에 따라 나머지 일제강점기 일본인 토지 7건도 국가에 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전자신문인터넷 윤민지 기자 (yun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