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5주년 특별기획]<4차산업혁명 CTO서베이>"국가 R&D는 기초원천·융합기술로"

산업계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국가 연구개발(R&D) 정책 우선순위로 기초·원천 기술 확보, 다분야·다학제 융합기술을 꼽았다. 선진 기술을 따라잡는 것에서 벗어나 시장을 선도할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분야 간 칸막이를 넘어 이를 상용화하자는 주장으로 읽힌다.

두 과제에 대한 응답이 고르게 나와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완제품 생산 비중이 높은 대기업은 절반 가까운 기업이 융합기술 개발을 강조했다.

설문에 참여한 200개사 중 29.0%인 58개사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국가 R&D 정책방향'을 묻는 질문에 '기초·원천기술 확보'라고 답했다. '다분야·다학제 융합기술 개발'을 꼽은 기업도 동일한 58개사(29.0%)였다. '주력산업 육성을 목표로 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 24.5%, '공공기술 상용화, 산·학·연 협동 연구 촉진'이 14.5%로 뒤를 이었다.

국가 R&D 체질 개선과 4차 산업혁명 대응을 동시에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 동안 우리 정부 R&D 정책은 선진 기술을 따라잡는 '추격형 연구'가 주류였다. 기획 단계부터 선진국과 국내 기술 수준을 비교한 뒤, 선진국과 동등·유사 수준까지 기술을 끌어올리는 식이다.

개발도상국 시절의 압축 성장 모델에 머무른다는 지적이 많았다. 우리나라가 수년에 걸쳐 유사 기술을 개발하고 나면 선진국은 다시 앞서나가는 문제도 있었다. 이 때문에 국가 R&D 체질 개선이 시급한 과제였다. 이제 우리도 기존에 없던 창의적 아이디어와 기술, 세계 최고 수준 기술을 개발할 때가 됐다는 주장이다. 이른바 '선도형 연구'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산업계 역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원천 기술 필요성을 절감했다. 소재·부품 등 '뿌리 산업'을 맡고 있는 중소·중견·벤처기업군의 수요가 많았다. 벤처기업군에서 '기초·원천기술 확보'를 응답한 비율이 34.0%로 가장 높았다. 중소기업군은 29.0%, 중견기업군은 23.1%가 기초·원천기술 확보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에 대기업은 '다분야·다학제 융합기술 개발'을 최우선 순위로 꼽았다. 44.4% 기업이 이 항목을 택했다. 같은 설문에 '기초·원천 기술 확보'라고 응답한 비율은 11.1%에 그쳤다. 주력 산업 강화를 주문한 응답 비율도 44.4%로 높았다.

대기업은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최종 완제품·서비스를 판매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대부분의 제품과 서비스에서 융합이 가속화하는 추세와 무관치 않다. 자율주행자동차는 기계와 전기·전자 간 벽을 허물어야 가능하다. 우리나라 기업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스마트팩토리'도 전통 제조 공정에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소프트웨어(SW)와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것이다.

융합기술 개발은 나머지 기업에게도 중요한 화두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초·원천 기술에 대한 응답이 기업 규모별 격차를 보인 반면, 융합기술 개발에 대한 응답은 비교적 고르게 분포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산업·기술 간 협업이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중견기업은 38.5%가 4차 산업혁명 시대 국가 R&D 방향으로 '다분야·다학제 융합기술 개발'을 꼽았다.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가장 많은 기업이 이 항목을 택했다. 벤처기업은 34.0%, 중소기업은 25.2%가 융합기술 개발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설문에 참여한 기술임원은 “관련 업체 간 협업이 가능한 정보, 협력 네트워크 구축이 시급하다”면서 “예컨대 생명과학 기업, IoT·빅데이터를 활용하는 ICT 업체 간 네트워킹 같은 (산업 간)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기업은 SW 개발 전문가 양성, 규제 완화, 4차 산업혁명과 연계 사업을 진행하는 중소기업 지원도 정책 과제로 꼽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적합한 국가 연구개발 정책 방향(기업 유형별)

[창간 35주년 특별기획]<4차산업혁명 CTO서베이>"국가 R&D는 기초원천·융합기술로"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