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한 정부 가이드라인이 제자리걸음을 걸으면서 정작 출연연 개혁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정부의 출범 이후 오히려 비정규직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면서 출연연 혁신은 실종됐다. 애초에 문재인 정부는 출연연 연구 환경 개선 정책을 예고했다. 행정 업무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로 일원화, 연구 몰입 환경을 조성하기로 했지만 실현까지 갈 길은 멀다.
연구과제중심제(PBS) 개선도 논의만 무성한 채 정책이 가시화되지 못했다. PBS는 출연연이 사업·성과 기반으로 예산을 확보하는 제도다. 연구 경쟁력 강화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단기 성과에 치중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PBS 개선은 출연연 운영 구조 전반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먼저 해결을 모색해야 했다는 지적도 있다.
출연연 관계자는 “PBS 개선, 연구 목적 기관 분류 같은 정책은 연구계가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고 공감대도 큰 편인 데도 지연되고 있다”면서 “예산·정원 체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가이드라인 마련돼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출연연이 정규직 전환 규모, 일정을 확정하면 예산과 정원(TO) 문제가 새로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아직 전환을 위한 별도의 예산과 TO를 받지 못했다.
현재 비정규직 연구원의 인건비는 고정 인건비 항목이 아니라 과제비(직접비)에서 지출된다. 이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돼도 당분간 이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회계연도 중간에 전환되는 만큼 'TO 외 정규직'이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수주가 흔들리면 정규 연구원 인건비까지 흔들리는 문제가 생긴다. 출연연이 더 크게 우려하는 것은 '미래 비용'이다. 당장의 임금 상승 폭은 크지 않더라도 정규직화에 따라 지출되는 비용이 계속 불어날 것이라는 우려다.
출연연 관계자는 “비정규직과 정규직 임금 격차를 줄여 왔기 때문에 당장은 비용 부담이 크지 않아도 정규직 인력은 기관이 계속 책임져야 한다”면서 “전환 인력의 임금이 지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마땅한 대책은 없다”고 어려움을 내비쳤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