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삼성·LG 세탁기 '긴급수입제한' 판정 초읽기

미국이 삼성·LG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필요 여부를 곧 발표할 예정이다. 판정 결과가 나온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동을 결정하면 연간 1조원이 넘는 삼성과 LG 세탁기의 미국 판매가 타격을 입게 된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월풀이 청원한 미국내 수입되는 가정용 세탁기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조사를 시작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월풀이 청원한 미국내 수입되는 가정용 세탁기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조사를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5일(현지시간) 대형 가정용 세탁기의 급격한 수입 증가가 자국 산업에 심각한 피해의 원인이 됐는지 판정한다. ITC가 자국 산업에 피해가 있다고 판정할 경우, 세이프가드 발동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세이프가드는 무역법 201조에 따라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국내 제조업체가 피해를 받았을 때 도움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반덤핑 조사와 달리, 외국 업체가 덤핑 등 불법 행위를 하지 않아도 국내 업체가 심각한 피해를 봤다고 판단하면 수입을 제한할 수 있다.

ITC가 세이프가드 필요 여부를 판정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발동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조치에는 관세 부과 및 인상, 수입량 제한, 저율관세할당(TRQ·일정 물량에 대해서만 낮은 관세를 매기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 등이 포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자국 제조업 보호를 천명해왔기 때문에 실제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美, 삼성·LG 세탁기 '긴급수입제한' 판정 초읽기

세이프가드는 기업이 아니라 품목에 적용되지만, 미국에 대형 가정용 세탁기를 수출하는 기업은 실질적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 두 곳뿐이다.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세이프가드를 청원했으며,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이 세이프가드에 찬성했다. GE는 중국 하이얼에 인수된 업체다.

산업부에 따르면 삼성과 LG는 한국과 중국, 태국, 베트남, 멕시코에서 세탁기를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 중 세이프가드 대상이 되는 대형 가전용 세탁기는 작년 미국 수출 금액이 총 10억 달러(약 1조1400억원)다. 미국 시장 점유율은 월풀 38%, 삼성 16%, LG 13%다.

정부와 업계는 월풀의 청원이 세이프가드 발동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 달 7일 미국 워싱턴 ITC사무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산업부와 외교부, 삼성전자, LG전자,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가 참석해 월풀의 주장에 반박했다.

공청회에 앞서 ITC에 제출한 의견서에서도 조사 대상 기간인 2012~2016년 미국 내 세탁기 출고가 30% 이상 증가하는 등 미국 세탁기 수요가 증가했고, 수입도 자연스럽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또 월풀 영업이익률이 2012년 4.8%에서 2016년 6.5%로 되레 증가한 점도 꼬집었다. 미국 업체 중 생산시설을 가동 중단하거나 직원을 구조조정한 사례도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과 LG는 만약 월풀 세탁기 사업이 어려움에 처했다면 원인은 수입이 아니라 월풀의 잘못된 경영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월풀이 뚜껑이 위에 있는 '톱 로드(top-load)' 세탁기에서 세탁물을 앞으로 넣는 '프론트 로드(front-load)'로 소비자 선호도가 옮겨가는 추세를 감지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삼성과 LG가 미국 내에 가전 공장을 건설하는 점을 언급하고 월풀 청원대로 세탁기 부품까지 세이프가드 대상에 포함할 경우 이들 공장 가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밝힌 바 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