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 애플,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등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인터넷기업 상당수가 피해·분쟁 발생 시 해외법을 적용하고, 재판도 현지 법원에서 받도록 약관에 명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소송 부담으로 이용자 피해 구제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내법을 적용하고 국내 법원에서 재판을 받도록 약관 변경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10일 국민의당 오세정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에 서비스되고 있는 글로벌 인터넷기업 약관에 해외법 적용과 해외 법원 관할권을 명시한 사례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애플,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은 미국 캘리포니아주법과 현지 법원 관할권을 명시했다. 넷플릭스는 네덜란드법을 적용 받도록 설정했다. 약관에 동의하지 않으면 서비스 가입이 불가능하다.
애플은 약관에서 '본 사용권은 캘리포니아주 법에 따라 규율되고 해석되며, 국제사법 규정은 제외됩니다'라고 규정했다. 유튜브도 '본 서비스로 인하여 또는 본 서비스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분쟁의 경우 당사자들은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 카운티 법원의 대인 관할 및 전속 법정지에 동의합니다'라고 명시했다. 인스타그램도 '회원님은 회원님과 인스타그램 사이의 모든 분쟁을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주 또는 연방 법원에서 배타 해결을 하고, 해당되는 모든 분쟁을 소송할 목적으로 샌타클래라 카운티에 위치한 속인주의 관할 법원을 따를 것에 동의합니다'라고 약관을 설정했다.

국내 이용자의 재판 받을 권리가 침해되는 등 이용자 보호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다국적 인터넷기업은 이용자 피해나 분쟁 발생 시 약관을 근거로 해외 법원 관할권과 준거법 적용을 주장할 수 있다. 국내 이용자·기업·정부가 다국적 인터넷기업에 소송을 제기할 경우 국제 소송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김진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다국적 인터넷기업 서비스 약관 상당수가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당한 피해나 분쟁에 대해 재판 받을 권리를 제약, 이용자 보호 측면이 미약하다”면서 “국내 이용자 정보, 개인정보가 외국 소재 서버로 이전 보관되는 사례가 확대되는 만큼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약관을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글로벌 사업자 약관에 불공정한 재판 관할권과 준거법 조항이 포함됐는지 여부를 점검, 약관 변경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에 서비스되고 있는 글로벌 기업 가운데 이런 문제점을 인지해 약관을 변경한 경우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수한 화상통화 서비스 스카이프(Skype)는 약관에서 '소비자 보호법, 불공정거래법 및 기타 불법 행위에 따른 청구를 포함하여 기타 다른 모든 청구에 대해서는 귀하가 거주하고 있는 지방 또는 국가의 법이 적용됩니다'라고 명시했다.
오세정 의원은 “글로벌 인터넷 기업 서비스 약관의 준거법과 관할 법원 관련 규정이 국내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작성돼 법정 분쟁 발생 시 국내법에 의거한 보호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정부는 글로벌 인터넷 기업 약관을 조사해 불공정 약관을 개정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