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여론조작에 청와대·교육부 개입" 진상조사위, 수사의뢰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 추진 당시 청와대·국정원·교육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해 여론을 조작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교육부는 학교정책실장 지시에 따라 교육부 직원 200여명이 밤늦게 대기하면서 의견접수 마지막 날 '차떼기 제출'된 찬성의견서 계수 작업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고석규)는 여론조작 의혹에 대해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수사를 의뢰하도록 요청했다고 11일 밝혔다.

'차떼기 제출'된 의견서를 계수한 교육부 직원 증언에 따르면, “밤에 찬성 의견서 박스가 도착할 것이므로 의견서를 계수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야간 대기시키라”는 당시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의 지시가 있었다. 이에 따라 교육부 직원들은 자정 이전까지 계수 작업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차떼기 제출 논란이 일었던 찬성의견서는 여의도의 한 인쇄소에서 동일한 양식과 내용으로 제작·제출된 일괄출력물을 말한다. '중고등학교 교과용 국·검·인정구분(안) 행정예고'에 대한 의견수렴 마지막 날인 2015년 11월 12일 무더기로 동일한 찬성의견서가 제출된 것이 알려지면서 역사교과서 찬성 여론조작 의혹이 일었다. 이런 방식으로 제작된 찬성의견서를 반영하기 위해 교육부 고위 간부의 지시로 직원들이 작업을 한 사실이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것이다.

조사팀이 교육부 문서보관실에 보관 중인 찬반의견서 103박스를 살펴본 결과, 일괄 출력물 형태의 의견서는 53박스에 달했다. 우선 26박스(약 2만 8000장)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동일한 의견서 양식(4종)에 일정한 유형의 찬성 이유가 반복되었고, 동일인이 찬성 이유를 달리하여 수백 장의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형식 요건을 충족한 찬성의견 제출자 4374명 중 1613명은 동일한 주소지를 기재해 제출됐다. 일괄 출력물 형태의 의견서 중 677명을 추출해 유선으로 진위여부를 파악한 결과 응답자 252명 중 제출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한 경우는 64건인 25%에 달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故(고) 전 김영한 청와대 수석의 업무노트, 전 안종범 청와대 수석의 메모노트, 2015년 10월 서울 동숭로에 위치한 교육부의 국정역사교과서 비밀 TF 현장 공개, JTBC가 입수한 청와대 보고서 등을 검토해 보면 여론 개입 과정에 청와대와 국정원 및 교육부가 처음부터 조직적으로 지시했다고 의심된다”면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 위원회는 이번 여론개입 관련 수사를 통해 청와대 및 국정원, 교육부가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 철저히 규명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

문보경 산업정책부(세종)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