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제작 결함이 있는 신차의 교환이나 환불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대다수 자동차 제조사들은 제작 결함에도 차량 교환이나 환불 대신 관련 부품 교환, 무상 수리, 서비스 패키지 제공 등으로 소비자와 합의하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의 경우 자동차 결함 문제 해결을 위해 1975년부터 레몬법을 시행하고 있다. 레몬법은 불량이나 하자 제품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다. 미국 레몬법에 따르면 신차 구매 후 운행 거리 1만8000마일(약 2만9000㎞) 이내 또는 18개월 이내 안전 관련 고장 2회, 일반 고장 4회 이상 반복 발생으로 수리를 받았다면 제조사에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수 있다. 보증 수리 기간 내 총 수리일이 30일 이상인 경우도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관리법에 따른 무상 수리 기간과 리콜 제도가 있다. 그러나 신차 교환과 환불 관련 조항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신차의 중대 결함이 발견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의존해야 한다. 그러나 이 고시는 권고 사항일 뿐 강제성이 없어서 제조사의 신차 교환 또는 환불 사례는 매우 드물었다. 제조사와 소비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비자가 직접 소송으로 해결해야 했다.
리콜 급증과 소비자 보호 제도 정착을 위해 정부도 관련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결함 신차를 교환이나 환불해 주는 이른바 '한국형 레몬법'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신차에서 결함이 발견되면 제조사가 다른 신차로 교환해 주거나 환불하도록 하는 제도다.
국토부는 이런 내용을 포함한 제2차 자동차 정책 기본 계획을 수립, 국가교통위원회에서 확정했다. 이 법안은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 이르면 2019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들은 까다로운 자동차 교환 환불 요건으로 이뤄진 레몬법의 도입은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분쟁 해결을 중재로 강제한 것도 소비자 권리를 박탈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성용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정의센터 운영위원장(한양여대 경영학과 교수)은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레몬법을 도입한 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현행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보다 후퇴한 까다로운 교환·환불 요건, 중재의 강제로 소비자가 재판 받을 권리를 박탈했다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입증 책임 전환 관련 내용 부재, 소비자 법제가 아닌 자동차 관리법 개정을 통한 도입 등은 진정 자동차 소비자들을 위한 레몬법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면서 “올바른 레몬법 도입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고 꼬집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