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생산 라인 증설에 4000억원을 추가 투자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와 공조 체제도 강화한다. 내년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처음으로 차세대 패키징 기술을 적용한 반도체 칩이 탑재될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팬아웃-패널레벨패키징(Fo-PLP) 생산 라인 증설에 4000억원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투자 시기는 이르면 올 연말, 늦어도 내년 1분기 내에는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2632억원을 투자해 천안 PLP 양산 라인을 구축했다. 올해 투입된 PLP 라인 투자액은 3분기까지 1000억원을 웃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PLP 라인에 투자한 총액 수준의 추가 투자가 단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기가 이 같은 투자를 단행하는 이유는 PLP 기술 적용 제품이 소형 전력관리칩(PMIC)에서 스마트폰의 핵심 두뇌격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내년 중반기와 연말 한 종씩 총 두 종의 AP가 PLP 기술로 패키징될 예정이다. 고객사와 협의도 끝냈다. 해당 제품은 차세대 삼성 엑시노스 AP인 것으로 추정된다.
기술 개발은 순조롭다. PMIC용 PLP 패키징 기술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련 업계의 부정 평가에도 올 중반기 들어 '골든 수율'을 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객사가 진행하는 성능, 신뢰성 평가 테스트도 무난하게 통과했다. 해당 제품을 스마트폰에 탑재할 최종 고객사의 출시 일정이 정해지면 곧바로 양산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기는 이 같은 PLP 패키징 기술 개발 현황을 오는 24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리는 국제웨이퍼레벨패키징콘퍼런스(IWLPC)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팬아웃은 최총 패키지 두께를 줄일 수 있는 첨단 패키징 기술이다. 성능 향상은 물론 패키지용 인쇄회로기판(PCB)이 필요 없어 원가 절감까지 이룰 수 있다. 애플 아이폰에 탑재되는 AP가 TSMC의 팬아웃 기술인 InFO(Intgrated Fan Out)로 패키징된다. TSMC는 전후 공정 일괄 공급 체제를 완성, 삼성전자로부터 애플 물량을 모두 빼앗아 왔다.
삼성이 Fo-PLP 기술에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파운드리 대형 고객사들이 전후 공정 일괄 공급 체계를 선호하는 만큼 차세대 팬아웃 패키징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많은 물량을 대만에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이 TSMC처럼 동그란 웨이퍼 상태가 아니라 네모난 패널 레벨에서 패키징을 하는 것은 원가 측면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함이다.
삼성전기는 PLP 고객사 영업 관련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와 공조 체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대형 고객사 물량을 수주해 오면 삼성전자가 전 공정 웨이퍼 가공을, 삼성전기가 후 공정 패키징을 맡는 그림이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는 인력 이동 등 활발한 기술 교류를 펼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삼성전기는 이윤태 대표이사 직속으로 PLP사업팀을 신설하고 사업팀장에 강사윤 전무를 선임했다. 강 전무는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서 패키지 개발을 맡아 온 인물이다. 강 전무 외 삼성전자에서 삼성전기로 이동한 일반 직원도 많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첫 PLP 매출원인 PMIC는 일종의 테스트 생산 품목”이라면서 “고객사는 명확히 밝힐 수 없지만 내년 AP PLP 패키징을 시작한 이후로는 28나노 미만 고성능 반도체를 대상으로 영업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