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창업 활성화, 모럴헤저드 막을 대책도 있어야

[기자수첩]창업 활성화, 모럴헤저드 막을 대책도 있어야

“창업 활성화 대책, 정말 중요하죠. 그러나 일부 기업가의 모럴헤저드(도덕성 해이)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도 함께 실시해야 합니다. 지원책에 쓰이는 돈이 모두 세금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

문재인 정부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혁신 성장'을 내걸었다. 의미가 모호하다는 안팎의 비판이 일지만 혁신 성장의 중심축은 '창업' '스타트업' 등이 주요 골자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혁신 성장 패러다임과 함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근거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준비하는 '창업 활성화 대책'이다. 창업 활성화 대책에는 규제 샌드박스 도입, 투자 규제 해소, 중기부 산하 기관의 역할 조정 등 창업 전반에 걸친 모든 내용이 담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책은 어떻게 하면 스타트업 창업을 쉽게 하고, 다양한 분야의 투자를 받을 수 있게 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일부 기업의 모럴헤저드를 막을 방법은 알려진 바가 없다.

창업 대상의 막대한 투자는 이번 정부만의 일이 아니다. 올해 시행되는 중앙 정부의 창업 지원책은 '창업도약패키지'(중기부) 사업부터 '관광벤처 사업 발굴 및 지원 사업'(문화체육관광부), '대학 창업 펀드 조성'(교육부)까지 무려 89개에 이른다. 지방자치단체 지원 사업 89개까지 더하면 한 해 운영되는 창업 관련 지원 프로그램은 200개에 가깝다.

한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나라만큼 창업 지원이 체계화되고 다양한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일부 기업가는 지원 제도를 악용한다. 제대로 된 제품도 출시하지 못한 창업가가 서울, 지방 두 곳에 사무소를 두고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을 동시에 받는다. 일부는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주소만 두고 실제 모든 업무와 기업 활동은 서울에서 한다. 정부가 의도한 지역 경제 살리기, 창업 활성화와는 거리가 있다.

연대보증제도와 같은 후진형 방법으로 창업자를 관리하라는 것이 아니다. 창업 기업이 정부 자금을 올바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을 때나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한 창업 기업으로만 생존하는 것에는 마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창업 지원은 기업 구호책이 아니다. 정부는 때로 냉혹한 투자가가 돼야 한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