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의 '댓글부대'와 해킹 사건이 올해 국정감사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제4의 전장으로 불리는 사이버전에 대응하라고 만든 사이버사령부는 여론을 조작하는 댓글부대 역할을 했다. 심지어 사이버사령부가 법원 등을 해킹하는 조직을 뒀다는 말까지 나왔다. 지난해에는 북한에 해킹 당해 작전 계획 등 군사 기밀까지 대거 유출되는 등 사이버전 대응 역할을 하지 못했다.
사이버사령부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최정예 사이버전 인력을 양성하는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에까지 불통이 튀었다. 사이버국방학과는 이공계 최고 인기 학과로 자리매김하며 의예과를 진학하려던 우수 학생들이 몰려들면서 화제가 됐다. 이런 학과가 졸지에 '댓글부대원 양성 사관학교'로 매도당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전문기자칼럼]보릿고개라고 씨앗까지 손대나](https://img.etnews.com/photonews/1710/1002278_20171013152416_857_0003.jpg)
올해까지 2회 졸업생을 내보내면서 사이버전 대응 인력을 배출하기 시작했지만 정치 공세에 밀려 싹을 틔우자마자 엄청난 풍랑을 맞고 있다. 인력을 활용해서 국가 안보 강화 방법을 찾기에도 시간은 촉박하다. 아무리 보릿고개 넘기가 어려워도 씨앗에는 손대지 않는 법이다. 인재 확보는 수백 년이 걸리는 작업이다.
지금은 '4차 세계대전' 상황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사이버 곳곳에서 국가 간 전쟁이 치열하다. 2007년 에스토니아는 사이버 공격을 받아 국가 전체가 마비됐다. 2010년 이란 원자력발전소는 스턱스넷으로 불리는 사이버 공격을 받고 멈춰 섰다. 올해 들어 5월에는 영국 의료기관 47곳이 워너크라이 랜섬웨어에 감염돼 업무 중단 사태를 빚었다. 6월에는 우크라이나 전력 시설을 비롯한 주요 기반 시설이 페트야 랜섬웨어 공격으로 마비 사태에 빠지기도 했다. 사이버 위협은 국가 안보를 뒤흔드는 심각한 문제다.
이 때문에 국방부는 사이버 영토 수호 목적으로 2010년에 사이버사령부를 출범시켰다. 미국은 2009년에 사이버사령부를 창설했다.
사이버 전장은 최정예 인력 1~2명이 수천명의 몫을 하는 특수성을 띤다. 승패가 인력의 양보다 혁신 기술과 창의성에서 갈린다. 미래 사이버전에 효과 높게 대비하고 승리하려면 빅데이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사이버 보안 정보 수집과 분석은 필수다. 이런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인력 확보가 최우선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최정예 인력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은 사이버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해 국가와 국방 차원의 전략·정책을 수립했다. 대학에서 국방 분야의 사이버 전문 인력을 육성하는 국립인력양성학술센터(CAE)를 지정했다. 국방부가 요구하는 커리큘럼에 따라 교육을 지원한다.
이스라엘은 최정예 정보부대 탈피오드를 운영한다. 이스라엘은 우리와 달리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군에 입대한다. 이스라엘은 좋은 군대에 입대하기 위해 사교육을 할 정도다. 탈피오드는 고등학교 때부터 우수한 학생을 부대로 입대시키기에 집중한다. 이스라엘 군은 우수 인재에게 대학 장학금을 대 주며 정예요원으로 육성한다.
탈피오드를 본떠 만든 게 사이버국방학과다. 정부는 사이버국방학과 학생에게 4년 동안 등록금을 장학금으로 준다. 그 대신 학생들은 7년 동안 군에서 의무 복무를 해야 한다. 사이버국방학과와 유사한 '과학기술전문사관'은 학부 4학기를 마친 후 선발한다. 이후 4학기 동안 학기당 등록금 전액과 250만원의 전문 역량개발비가 지급된다. 임관 후 3년은 의무 복무 기간이다. 군 사관학교의 경우 10년 의무 복무지만 5년 후에 전역 기회를 준다. 여타 장교 육성 프로그램과 비교하면 사이버국방학과는 오히려 과도한 군 복무를 시키는 셈이다.
사이버사령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문제가 국가 안보에 기여하겠다고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을 좌절하게 해선 안 된다. 의혹과 특혜 주장은 정치 문제다. 사이버전 전문 인력 양성이 지속되지 않으면 우리에게 자주 국방과 미래는 없다.
김인순 보안 전문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