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Now&Future]'혁신 성장'으로 새 돌파구 찾는 제이노믹스

소득 주도 성장 전략을 강조해 온 문재인 정부가 혁신 성장을 새로운 한 축으로 등장시킴으로써 제이노믹스는 경제 민주화의 골간인 공정 경제와 함께 트라이앵글 체제를 이루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국무회의에서 “소득 주도 성장이 수요 측면에서 성장을 이끄는 전략이라면 공급 측면에서 성장을 이끄는 전략이 혁신 성장이라고 판단한다”면서 “혁신 성장은 새 정부의 성장 전략에서 소득 주도 성장 전략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문재인 정부의 혁신 성장 전략 제시와 관련해 지난 6월 '경제 철학의 전환'이란 신간을 펴낸 변양균 전 기획예산처 장관에게 세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이 자신의 경제 멘토인 변 전 장관의 논리에 손을 들어준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변 전 장관은 이 책에서 '이제 케인스식 수요 확대에 의존하던 시대는 지났으며,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슘페터식 공급 혁신에 의한 새로운 수요 창출로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새로운 구조 개혁, 규제 완화, 노동 유연성 등 굵직한 정책 방안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의 방향 제시에 따라 혁신 성장은 큰 동력을 얻게 된 셈이다. 변 전 장관과 같이 시종일관 혁신 성장을 강조해 온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활약도 기대된다. 이명박 정부의 '지식경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에 이은 문재인 정부의 '혁신경제'로 명명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점에서 9월 28일 국회 신성장산업포럼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주최한 '문재인 정부 신산업 전략 토론회'는 시사하는 바가 컸다. 국회와 정부가 손잡고 기업의 과감한 신산업 투자 촉진을 위해 지나친 규제를 철폐하고 연구개발(R&D) 지원을 확대한다는 결의를 보여 줬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투자 확대와 혁신 생태계 조성에 적극 참여해 달라는 기업들의 주문도 나왔다.

정부는 이제부터 산업계와 함께 서둘러 혁신 성장의 정교한 전략 짜기에 나서면서 혁신 성장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한국 경제의 최대 과제는 공급 측면 개혁으로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생산성 향상을 도약시키기 위한 투자와 4차 산업혁명의 혁신 추진으로 '생산성과 공급 시스템 혁명'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임금 상승에 연결시켜서 저성장 기조 경제로부터 벗어나는 경제의 선순환을 꾀할 수 있게 된다. 지난 2012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장기 호경기 추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 아베노믹스의 기본 콘셉트도 그 맥락이 같다. 우리와 일본의 산업 구조가 비슷한 까닭이다. 문재인 정부는 어떤 방향으로 혁신 성장 전략을 수립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까.

첫째 지난 이명박·박근혜 두 정부의 지식경제와 창조경제가 산업기술 정책에서 '입구' 전략을 강조한 것과 달리 이번엔 '출구' 전략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이·박 두 정부가 추진한 R&D, 기술 개발, 창업과 중소벤처 정책은 자금을 살포해서 씨를 뿌리고 싹을 내는 초기 지원에 집중하는 '입구' 전략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입구' 전략을 넘어서 결과 중시, 수치 중심의 '출구' 전략을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 연구·기술 개발 실용화 및 시장화, 인수합병(M&A) 활성화, 글로벌 벤처와 빅 벤처 육성 등이 모색돼야 한다. 테크노파크, 창조경제혁신센터, 국가산업단지의 구조 혁신도 뒤따라야 한다. 전국을 글로벌 시각에서 바라본 '스마트 클러스터'로 바꾸는 높은 차원의 안목도 필요하다.

둘째 최근 출범한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권한을 확대하고, 효율 높게 운영해 나가야 한다. 올망졸망하게 만들어서 정부 부처의 산하 기관처럼 운영해서는 안 된다. 민간과 정부가 국가의 혁신 성장 전략을 협의하는 파트너십을 이뤄 내야 한다.

셋째 뒤로 밀려난 산업통상자원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산업 구조 개혁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올바른 산업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중소벤처기업부라는 쌍두마차로 끌고 간다는 구상인 것 같다. 이런 때일수록 산업부는 산업 구조 개혁이라는 큰 화두를 잡고 경제 체질 개선에 나서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혁신경제에 대한 산업계의 기대가 큰 것 같다. 안보 위기와 경제 위기가 겹친 답답한 형국을 과감한 혁신 성장 전략으로 돌파하기를 기대해 본다.

곽재원 서울대 공대 객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