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부회장이 물러나겠다고 밝히면서 구속 중인 이재용 부회장과 재판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삼성전자에는 회장 1명과 부회장 2명이 있다. 이건희 회장은 수년째 와병 중이다. 이 부회장은 구속 수감 중이어서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권 부회장까지 퇴진의사를 밝히면서 회장단이 없는 상황이 예고됐다. 리더십 공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도 해체돼 구심점이 없다.
권 부회장은 조만간 이 부회장을 포함한 이사진에게 사퇴결심을 전하며 이해를 구할 예정이고, 후임자도 추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총수대행' 역할을 해왔던 권 부회장이 물러나면 이 부회장 옥중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 부회장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지난 12일 첫 공판을 시작했으며, 선고는 내년 2월28일 이 부회장 구속 만기 시점 이전에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권 부회장 퇴진에 따른 후속 인사와 조직개편에 이 부회장 철학과 의지가 크게 반영될 것으로 점쳐진다. 권 부회장이 선제적으로 퇴진하면서, 인사 폭도 클 것으로 보인다. 권 부회장이 위기상황에서 갑작스럽게 퇴진을 발표한 것도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향후 조직개편과 쇄신에 부담이 되지 않겠다는 의지라는 해석이다. 또 최고경영진이 물러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불신과 오해를 받는 삼성그룹에 대한 이미지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권 부회장 퇴진이 항소심 재판에 직접적으로 미칠 영향은 크지 않아 보인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도 국가 경제에 영향력이 큰 삼성전자 경영 상황과 국민 여론 변화 등은 예의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경영성과와 브랜드 이미지는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며 “삼성의 향후 경영 방향에 대해서는 정부도 큰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