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수술실은 전쟁터와 같다고 한다. 일단 사람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고, 수술진과 수술대에 누워 있는 환자의 긴장감은 마치 전쟁터에서 느낄 수 있는 수준의 최고조에 다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현대 수술의 패러다임은 예전 전통의 개복수술에서 복강경수술, 다시 로봇수술로 바뀌고 있다. 그렇다면 미래 수술은 어떤 모습으로 바뀔까. 먼저 인공지능(AI)을 생각해 보면 답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본다.
현재 AI 기술은 단순 영상 판독을 넘어 영상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수준에까지 도달하고 있다. 비디오를 보여 주면 현재 장면이 어떤 상황인지 인지하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지금도 수술로봇을 활용하는 수술 현장에서는 수술 장면 자체가 환자의 동의 아래 녹화, 저장된다. 그야말로 빅데이터가 쌓여 가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는 로봇수술을 배우려는 신규 의사가 라이브로 수술 현장을 참관하거나 의사만 접속할 수 있는 공유 사이트에서 녹화된 수술 장면을 보며 로봇수술 기법을 익히고 있다.
이러한 학습을 기계가 할 수 있다면? 전쟁터에서 총은 병사들이 쏘고 병사 배치, 전술, 전략 등은 지휘본부에서 명령하고 수립한다. 이제 이런 개념을 수술실로 옮겨 보자. 실제 총을 쏜다는 것은 적군을 인식하고 타깃을 정해 공격하는 것을 의미한다.
1단계로 암세포를 찾아내고, 암세포를 제거하는 동작은 현재도 로봇이 담당할 수 있다. 암세포를 인식하는 영상 인식 기술과 암세포를 떼어 내는 핸들링 기술은 이미 로봇 기술에서 보편화됐기 때문이다. 2단계로 수술 대부분은 암세포에 접근하기 위해 진입 통로를 확보하는 과정이 차지한다. 진입 통로 확보를 위해서는 장기의 종류와 위치를 판별, 현재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내는 환경 인식 기술이 필요하다. 이 기술 또한 로봇 기술에서 계속 연구되고 있는 분야다.
![[ET단상]미래 수술로봇에 대한 단상](https://img.etnews.com/photonews/1710/998380_20171016161232_404_0002.jpg)
3단계로 수술 기법이다. 어디를 어떻게 절개하고, 목표물을 발견하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봉합술과 같은 미묘한 손기술 동작을 학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동작 인식 기술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모여진 수많은 수술 장면을 기계가 학습하려면 영상 데이터와 함께 수술 도구 마스터 장치 동작 명령 등을 모두 실시간으로 저장하는 빅데이터 수집 환경이 필요하다.
데이터만 모이면 이러한 동작 학습이 가능할 날도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과연 여기까지일까. 4단계는 바로 자율 수술 계획이다. 최적 경로를 찾거나 주요 장기를 우회하는 수술 계획 등을 AI가 할 수 있다면, 그리고 계획과 수술 프러시저가 인간보다 정확하고 효율 높다면 그야말로 스마트수술이 실현되는 것이다.
이러한 4단계까지 실현되면 이제 수술 의사는 필요 없게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 전쟁에서는 실제로 총을 쏘고 적진을 공격하는 루트를 개척하고 적진을 점령하는 모든 작전은 로봇이 수행하고, 전략을 수립하거나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요구되는 중요한 판단 등은 역시 작전사령부에서 이뤄져 로봇에 지시를 내리는 형태가 된다고 본다. 미래 수술실은 지지고, 진입 통로를 확보하고, 암세포를 제거하는 일련의 수술 동작은 수술로봇이 수행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실제 수술 동작은 로봇에 의해 자동으로 수행되지만 수술 전략, 위험 상황에서 중요한 판단을 해야 할 때는 의사가 개입하는 인간-로봇 협업 형태의 수술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다빈치에 의해 세계 약 4400대 수술로봇이 수술 현장 빅데이터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 미래 수술로봇은 장치 전쟁이 아닌 데이터 전쟁으로 바뀔 것이다. 누가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모으느냐에 따라 수술로봇 산업의 강자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계속 수술로봇 연구를 지속해야 할 이유이자 AI 기술을 계속 적용하며 미래의 스마트 수술로봇 연구에 박차를 가해야 할 이유다.
고경철 KAIST-고영 인공지능연구센터 연구교수 kckoh@kohyo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