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 아니어도…'BEPS 보고서' 자동 완성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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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슨로이터가 '이전가격 데이터 자동화 시스템(onesource)'을 개발했다. 국제 조세회피 규제안(BEPS)이 시행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한두 시간 만에 BEPS 보고서의 핵심 이전·정상 가격을 자동 계산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전가격은 특수 관계자와의 거래 금액을 뜻한다. 예를 들어 국내 본사에서 생산한 반제품이 회사 소유 중국 공장으로 넘어가 완제품이 된다면, 이때 이전가격은 중국 공장이 낸 반제품 구입가다. 지금까지는 본사가 결정권을 쥐고 금액을 정해왔다.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BEPS 보고서에는 이전가격을 정확히 표시해야 한다. 국가 간 소득 이전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 보겠다는 게 BEP 프로젝트 중점 과제이기 때문이다. 시장가격을 의미하는 정상가격과 이전가격을 비교, 적정한지도 평가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수작업에 의존해 왔다. 이전가격을 구하기 위해선 먼저 비교 가능 회사를 추린다. 거래 유형이 비슷한 기업 1000~2000곳을 뽑은 뒤 가장 유사한 50곳을 다시 골라내는 방식이다. 이전가격이 나오면 별도 공식에 대입, 정상가격 범위에 들어왔는지 평가한다. 모든 작업은 엑셀로 이뤄진다. 자회사 5개 이하 다국적 기업 대상 4~5년차 회계사가 이 일을 마치는 데 3주 넘게 시간이 걸린다.

반면 톰슨로이터는 이 기간은 3시간 내로 줄였다. 미국 표준산업분류표상 산업코드와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광고선전비 비율 등 10여개 정형화된 조건을 시스템에 기재하면 이전가격과 정상가격 범위를 산출할 수 있다. 국세청 홈텍스에서 제공하는 '연말정산 계산기'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보고서도 대신 만들어준다.

임재광 법무법인 양재 회계사는 “정보통신(IT) 기술을 BEPS 프로젝트에 적용한 세계 최초 서비스”라며 “전문가가 아니어도 1~2주면 BEPS보고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그램을 돌리기 때문에 사람과 달리 실수가 없다”며 “제작비용은 기존 대비 10분의 1 수준”이라고 전했다.

톰슨로이터는 뷰로반다익과 함께 세계 기업별 재무제표 데이터베이스(DB)를 보유했다. 글로벌 회계법인 대부분 두 회사 DB를 활용한다. 이번 자동화 시스템 개발로 회계시장 입지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법무법인 양재는 최근 톰슨로이터와 손잡고 시스템 사용법 교육을 시작했다. 오는 23~26일 수업이 예정돼 있다. 현재 50여개 기업이 참가했다. 매달 열릴 예정이다.

해외에 1곳 이상 법인을 둔 12월 결산법인은 올해 말까지 BEPS 보고서를 해당 국가에 내야 한다. 이를 이기면 과태료 처분은 물론 신인도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보고서 내용의 진위를 두고 국가 간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