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당시 강력한 개혁을 부르짖었던 '김상곤 호' 교육부가 출범 100일이 지나도록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7월 5일 취임하면서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과감하게 걷어내겠다”며 교육 개혁을 예고했으나 '수능 절대평가 도입' '외고·자사고 폐지' 등 대표 교육 공약이 사실상 좌초 상태다.

김 부총리는 취임사에서 “이행할 수 없는 백 개의 이유보다 이행 가능한 단 한 개의 가능성을 찾고 또 찾아서 이를 해결하는 것을 국민의 명령과 우리의 사명으로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취임 100일이 지난 지금 '이행할 수 없는 이유' 앞에 개혁의 고삐를 놓은 격이 됐다.
정부는 오는 25일 파업을 앞두고 있는 학교 비정규직 노조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교원 수급 정책도 '임용 절벽'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도마에 올랐다.
찬반 여론이 극명하게 갈리는 여러 현안을 국가교육회의를 통해 해결하려던 계획도 차질을 빚었다. 국가교육회의가 한 달 이상 늦게 출범하는데다 위상과 구성원 논란까지 일었다. 국가교육회의는 당초 대통령이 의장을 맡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으나, 지난 10일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이 위촉됐다.
그나마 성과로 꼽히는 국립대학 총장 직선제 시행과 사립대 입학금 단계적 폐지 합의도 논란이 여전하다. 사립대 입학금 폐지는 실질적으로 대학 재정에서 '마이너스'가 될 부분을 보완할 대책이 부실해 갈등의 씨앗을 남겨 놓았다.
장관 취임 초기 100일은 새로운 방향을 정립하고, 핵심 과제를 추진하는 기간으로 여겨진다. 향후 정책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지표다.
하지만 교육 각 분야에 걸쳐 산적한 현안을 힘 있게 밀어붙이지 못했다. 좌고우면한 탓에 미래 교육 정책은 뒷전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지난 8월 교육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성인 평생학습 활성화를 위한 '나노디그리' 개발 등을 하반기 핵심 과제로 논의했다. 나노디그리조차도 대학정원제 등 기존 규제와 맞물려 제대로 시행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에서 평생 교육의 대안으로 꼽히며 확산되고 있는 한국형 온라인공개강좌(케이무크, K-무크)도 기존 대학 제도 안에 갇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교육계 한 인사는 “반대 여론 때문에 교육 개혁에 힘을 잃은 상태”라면서 “산적한 현안에 밀려 맞춤형 학습, 첨단 교육 환경 조성 등 미래를 위한 과제는 더욱 늦어지게 됐다”고 우려했다.
문보경 산업정책부(세종)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