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권 독립 '난항'…손놓은 청와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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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5개월째. 국정 대표 과제인 과학기술혁신본부의 국가 연구개발(R&D) 예산권을 둘러싼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간 마찰이 여전하다. 국무조정실 중재안이 나왔지만 기획재정부가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 기간에 청와대 정책 조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과기 혁신 핵심 사안인 예산권 행사 문제는 부처 간 밥그릇 싸움으로 전락했다.

18일 정치권과 관가에 따르면 과기정통부와 기재부가 국무조정실,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마련한 국가 R&D 예산권 운영 중재안을 놓고 벌이는 협상이 한 달 가까이 교착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당초 두 부처가 중재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관측이 따랐지만 기재부가 다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재안은 예비타당성(예타) 업무를 과기혁신본부로 이관하면서도 기재부가 최종 예산 편성 과정에 참여하는 게 골자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무조정실이 제시한 중재안에 당초 기재부가 동의 의사를 밝혔지만 최근 실무진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가 반대 의사를 내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일부 야당 의원도 국가재정법 처리에 부정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과기혁신본부 예산권 확보를 위해 개정해야 하는 법은 국가과학기본법과 국가재정법이다.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기재위에서 묶여 있다. 이 탓에 지난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상정된 과기법도 처리되지 않고 있다.

두 법을 대표 발의한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중재안을 놓고 부처 간 협의 중”이라면서도 “기재위 일부 의원이 여전히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기재부가 국가 R&D 사업 예타 권한을 행사하면서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R&D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따라왔다. 문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R&D 사업 예타 권한 이관을 과기 분야 핵심 국정 과제로 내세웠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5개월이 지났지만 'R&D 예산권 독립'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회의에서 R&D 예산권 독립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정부 부처에서조차 교통 정리가 되지 않으니 국회 통과 기대도 어렵다.

과기계는 청와대가 책임지고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의 과기 분야 역점 과제가 방치되는 상황을 막으려면 부처가 아닌 대통령 차원의 지시와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런 상태로는 중재안이 받아들여져도 과기혁신본부가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과기정통부와 논의를 이어 가고 있다”면서 “R&D 예타 권한을 넘기더라도 범위, 내용, 절차 등 세부 사항을 정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기재부에서 여러 차원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세부 실무 협의 과정에서 다소 시간이 걸리는 것일 뿐 과기정통부로 이관하는 것으로 정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

,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