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비정규직, '공개경쟁' 뚫어야 정규직 된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비정규직 일부 직군이 정규직 채용되려면 외부 취업 희망자와 '공개경쟁'을 치러야 한다. 연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일괄 전환보다 경쟁 체제가 바람직하다는 경영진의 주장이 수용됐다. 현장 갈등이 우려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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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연구계와 관가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다음 주 발표할 '출연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다. 가이드라인에는 그동안 출연연 경영진이 줄기차게 주장한 '공개경쟁 허용'이 명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 가이드라인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소관 25개 출연연이 대상이다. 고용노동부 주도의 범정부 가이드라인과 별도로 출연연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마련한다. 상시·지속 업무 판단 기준과 전환 방식 등을 담는다. 개별 출연연은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전환심사위원회를 가동, 정규직 전환 규모와 방법 등을 결정한다.

가이드라인이 공개경쟁을 허용하면 출연연은 새로 생기는 정규직 자리에 외부 인력을 채용할 수 있다. 기존에 일하던 비정규직 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게 아니라 외부 취업 희망자와 경쟁시켜서 채용하는, 사실상 신규 채용 형태로 운용된다. 출연연은 연구 역량 극대화를 꾀할 수 있다. 기존의 비정규직은 오히려 자리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달 초까지만 해도 공개경쟁을 원칙상 허용하지 않았다. 우선 기존 인력 전환을 원칙으로 삼고 제한 경쟁을 실시한 뒤 결원이나 추가 검토가 필요한 경우에만 공개경쟁을 도입하는 게 유력했다. 범정부 가이드라인의 '청년 선호 일자리에는 경쟁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는 내용에 따른 것이다.

논의 과정에서 출연연 측이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비정규직은 특정 프로젝트를 위해 채용된 인력이 많다. 기존 연구원과 채용 절차 자체가 달랐기 때문에 연구 역량 측면에서 일괄 전환은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연구계 관계자는 “출연연 대부분이 일괄 전환은 곤란하다는 데 뜻을 모아 정부에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안다”면서 “처음부터 공개경쟁 방식으로 사람을 뽑을 수 있게 해 달라는 게 출연연 주장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과기정통부는 예정된 가이드라인 발표를 연기, 추가 의견 수렴을 거치면서 주장을 일부 수용키로 했다. 최종 가이드라인은 공개경쟁을 기본으로 삼는 방식을 일부 허용한다. 이 같은 '경쟁 트랙'은 출연연 비정규직의 절대 다수(91%)를 차지하는 연구직 중심으로 도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는 공개경쟁을 도입할 자세한 비중, 직군에 관해서는 함구했다. 정규직 전환 폭도 가이드라인이 실제 현장에 적용돼 봐야 알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는 일괄 전환, 전면 경쟁처럼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부분 공개경쟁을 도입할 방침이다. '예외(경쟁)'가 '원칙(전환)'을 뛰어넘는 수준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연구 현장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우려된다. 비정규직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정부의 기존 입장과도 배치된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