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업계 최초 여성 전문경영인(CEO)에 오른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이사(사장)가 회사 매각 계획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홈플러스 매각설이 잠잠해질지 주목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 임 신임 대표는 첫 출근일인 16일 회사 임원진과 가진 상견례 자리에서 회사 매각 의사를 묻는 질문에 “회사를 잘 운영하는 방안만 생각 한다”면서 “임기 동안 나 자신의 손으로 회사를 매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임 대표는 “대표이사로 자신의 첫 번째 커리어”라면서 “첫 커리어부터 회사를 매각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1997년 1호 점포 출점 후 대형마트업계 2위까지 오른 홈플러스는 2014년 테스코 회계부정 사건으로 매각설이 제기된 이후 2015년 9월 국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매각됐다. 당시 매각금액은 약 7조2000억원으로 국내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며 업계에 화제를 모았다.
인수 후 사모펀드 특성상 MBK가 몸집을 키운 뒤 곧장 재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MBK는 “향후 2년 동안 홈플러스에 1조원 이상 투자해 회사를 성장시키겠다”면서 최소 2년 간 홈플러스를 매각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후에도 홈플러스가 편의점 사업을 재정비 하거나 자산 유동화를 위해 일부 매장을 매각 후 재임차하는 '세일즈 앤드 리스백'을 진행할 때마다 재매각설이 제기됐다. 지역별 점포 분할 매각은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임 신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으로 당분간 홈플러스 재매각설은 잠잠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매각을 검토하는 회사가 부회장과 대표이사 사장 승진 인사를 단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임 신임 대표는 최근까지 경영지원부문장(COO·부사장)을 맡아와 홈플러스 경영을 전반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1998년부터 코스트코, 바이더웨이 등에서 재무부문장(CFO)를 맡으며 유통업계 경력을 쌓았고, 회사 경영 전반적 운영과 영업 등을 총괄할 최적임자로 평가받는다.
임 신임 대표는 여성으로서 섬세함도 있지만, 높은 업무 집중력과 카리스마를 소유한 '걸크러쉬'로 정평이 나 있다. 강한 열정은 물론 직원과 스킨십 기회도 자주 가지는 등 소통 능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임 신임 대표가 유통 전문가로서 연착륙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회사 내부적으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홈플러스는 최근 유통업계 최초 여성 CEO를 배출하며 업계 '유리천장'을 깬 첫 주인공이 됐다. 홈플러스 부문장급 임원 중 여성 비율은 약 38%에 달하며, 전무급 이상 고위 임원 중에는 절반(50%)이 여성으로 유통가에 부는 '여풍(女風)'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