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대형화-특성화 판커진 벤처투자 시장...내년 벤처펀드 운용자산 20조 시대 열린다

[이슈분석] 대형화-특성화 판커진 벤처투자 시장...내년 벤처펀드 운용자산 20조 시대 열린다

벤처투자업계가 운용자산(AUM) 20조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올해 추가경정 예산 편성에 따른 추가 벤처펀드 결성이 마무리하는 내년 상반기에는 창업투자회사의 벤처펀드 총 결성 금액은 2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2013년 10조원을 돌파한 이후 5년 만의 성과다.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PEF)의 3분의 1에 이르는 규모다.

23일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운용 자산 규모는 17조9906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들어 총 1조8584억원, 78개 펀드가 추가로 결성돼 총 655개 벤처펀드가 운영되고 있다.

벤처투자 운용 자산 규모는 빠르게 늘고 있다. 2013년 말 처음 10조원을 돌파한 이후 5년도 지나지 않아 약 70% 늘었다. 지난 10일 위탁운용사 선정을 마친 모태펀드의 3차 정시 출자에 따른 펀드 결성이 마무리되는 내년 상반기의 전체 운용 자산 규모는 19조4356억원에 육박한다.

업계는 모태펀드가 500억원 이상 대형 조합에는 추가증액(멀티 클로징)을 허용한 만큼 내년 초에는 전체 운용 자산 규모 20조원 돌파는 무난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 예산 8600억원이 투입되는 3차 정시 출자 사업에는 500억원 이상 규모 펀드가 대거 선정됐다. 특히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1400억원, 스틱인베스트먼트 785억원, 케이큐브벤처스 6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 결성을 예고하고 있다. 청년 창업 분야에서도 케이넷투자파트너스가 6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결성할 계획이다.

◇규모 키우는 창투사…국내는 좁다, 해외로

시장 규모가 커진 만큼 대형 창투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벤처투자 업계의 운용 자산 규모 1위인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지난 7월 '한국투자 비욘드 투자조합' '한국투자 코어 투자조합' '한국투자 드림 투자조합' 등 3개 벤처펀드를 연이어 결성, 운용 자산 규모 1조원을 넘어섰다. 8~9월에도 5개 펀드를 추가 결성했다. 석 달 만에 1000억원 넘게 운용 자산 규모가 늘었다.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운용하는 펀드는 총 26개, 운용 자산 규모는 1조804억원에 이른다.

백여현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는 “이제 벤처투자 시장 규모가 커진 만큼 국내보다는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할 시점”이라면서 “해외에서도 선도 투자를 통해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SBI인베스트먼트, LB인베스트먼트, 소프트뱅크벤처스, KTB네트워크, KB인베스트먼트 등도 5000억원이 넘는 벤처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운용 자산 규모가 커진 창투사는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LB인베스트먼트는 중국 법인을 통한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TB네트워크도 중국에 이어 인도 스타트업까지 투자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KB인베스트먼트는 차병원 계열 벤처캐피털(VC)인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와 1500억원 규모의 글로벌헬스케어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국내 대형 VC가 이처럼 해외 시장을 꾸준히 두드리고 있지만 여전히 각종 규제로 인해 본격 투자 확대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기자본의 40% 범위 이내에서 해외 투자 한도를 제한하도록 한 규제 때문이다.

한 대형 VC 관계자는 “국가마다 벤처 투자 관련 법이 상이해 펀드 형태만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해서는 빠른 의사결정으로 투자를 집행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국내 VC의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해 VC가 해외 시장에서 자기자본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창업지원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기창업, 세컨더리, 소셜벤처…특화 VC, 다양성으로 승부

초기 창업 분야는 특화 VC가 가장 빨리 자리 잡은 영역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오픈서베이가 공동 조사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17'에 따르면 프라이머는 창업자들에게 가장 투자받고 싶은 초기 투자 유지 VC로 꼽혔다. 프라이머는 벤처펀드 조성 없이도 100개가 넘는 스타트업을 발굴, 투자하고 있다. 본엔젤스, 매쉬업엔젤스 등도 프라이머와 마찬가지로 스타트업 엔젤 단계 투자에서 독보하는 영역을 갖춘 지 오래다.

모회사 없는 독립계 VC도 벤처투자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TS인베스트먼트와 DSC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말 17년 만에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VC다. 두 회사 모두 자본금 확충과 투명성 강화를 위한 목적으로 기업공개(IPO)를 택했다. 지난해 설립한 코그니티브인베스트먼트는 KTB네트워크, 신한금융투자 등 기존 창투사와 금융투자업계에서 다년간 경력을 쌓은 인력이 독립한 회사다.

문재인 정부가 중점 육성 의지를 보인 사회적 경제 분야에 집중하는 창투사도 눈에 띈다. 대통력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모태펀드 등 사회적기업 전용 투자펀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는 투자 성과와 함께 의미 있는 사회 분야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임팩트 투자 분야에서 적극 영역을 넓히고 있다.

권혁태 쿨리지코너인베스트 대표는 “앞으로 벤처 투자는 성장 동력 확보뿐만 아니라 사회 의미를 담을 수 있는 분야에 투자를 적극 확대해야 할 것”이라면서 “일반인도 투자할 수 있도록 한 공모벤처투자조합이 도입된다면 출자자 확보가 쉬울 뿐만 아니라 의미 있는 사회 분야에도 더욱 벤처 투자가 확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는 벤처 투자 시장이 더욱 확대되기 위해서는 모태펀드 등 정부 출자금 중심의 투자 생태계가 민간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송치승 원광대 교수는 “회수 시장의 부진을 해결해서 실제로 시장이 주도하는 벤처자금 생태계의 선순환 체계를 달성하고, 민간 중심으로 VC 시장을 변신시켜 나가야 한다”면서 “벤처기업의 창업과 퇴출로 연계되는 생태계 작동 체계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슈분석] 대형화-특성화 판커진 벤처투자 시장...내년 벤처펀드 운용자산 20조 시대 열린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