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일 발표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비정규직 가이드라인은 연구 현장을 노사 갈등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쟁점 사항이던 '경쟁 채용' 도입 여부를 기관별 전환심의위원회에서 정하도록 해서 갈등의 씨앗을 남긴 탓이다. 벌써부터 가이드라인을 두고 노사 간 의견이 분분하다.
출연연 경영진은 정부 가이드라인에 대체로 호의를 보이고 있다. 경영진 의견을 일부나마 반영했다는 것이다. 출연연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논란이 불거진 이후 줄곧 경쟁 채용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한 출연연 원장은 “출연연 비정규직의 정규직 일방 전환은 우수 인력의 도입을 막고 외국·대학원에 있는 인력의 진로를 막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면서 “정부 결정으로 기관의 자율성, 특성을 반영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전환심의위를 통해 전환 규모, 방식을 기관별로 정하고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줬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출연연 원장도 “정부가 기관별 각자 방법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가능하도록 여지를 줬다”며 이를 고무 사례로 평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가이드라인이 출연연의 노사 갈등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나왔지만 출연연별로 전환심의위를 꾸려서 방안을 마련해야 하도록 함으로써 결국은 폭탄을 출연연에 떠넘긴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한 출연연 부원장은 “정부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그동안 지지부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가속시키는 기폭제가 된다”면서도 “그러나 그 당위성을 전환심의위를 통해 각 기관이 얻도록 함으로써 노사 갈등이 증폭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공연구노동조합은 '희망고문'이라고 일갈했다. 이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구업무 전문성을 빙자한 경쟁채용 방식 허용은 숟가락만 얹은 꼼수”라면서 “출연연과 특성화대학 비정규직 종사자들에게 희망고문을 자행하는 일”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에서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은 “가이드라인에 맞게 현장 의견을 최대한 수렴, 정규직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출연연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젊은 연구자들이 채용 절벽에 부닥치지 않도록 신규 채용 인원을 충분하게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같은 당의 신용현 의원은 “전환심의위별로 합당한 사유에 의한 판단이 다를 경우 또 다른 갈등의 소지가 생길 수 있다”면서 “올해 부족한 채용분과 내년 이후 생길 채용 절벽 문제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 근무자 전환 원칙을 세운 것은 다행이지만 전환심사위에 공을 넘긴 모양새여서 실제 현장에서는 어떻게 실행할지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실행 과정을 잘 챙겨야 한다”면서 “박사후연구원 등이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연수직을 별도로 신설하겠다는 내용은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
김영준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