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비정규직 '공개경쟁(경쟁채용)' 도입 여부를 기관 자율에 맡겼다. 경쟁 채용을 도입하려면 외부 인사 절반이 참여하는 전환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서 정규직 전환이 시작됐지만 노사 갈등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4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출연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소관 25개 출연연에 하달된다. 출연연은 가이드라인 기준으로 '전환심의위원회'를 가동, 정규직 전환 규모·방식·일정 등을 정한다.
과기정통부는 인력 전환 방식에서 의견이 대립한 경쟁 채용 도입 여부를 기관별 전환심의위가 결정하도록 했다. 경쟁 채용을 도입하면 새로 생기는 정규직 일자리를 놓고 기존에 근무하던 비정규직과 신규 입사 희망자가 경쟁해야 한다. 출연연 기관 측이 연구 역량 강화를 이유로 도입을 주문한 방식이다. 노조와 비정규직은 반발하는 사안이다.
과기정통부는 가이드라인에 '전환 대상 업무(상시·지속 업무)가 결정되면 해당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현 근무자를 대상으로 최소 평가 절차를 밟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기존 인력 전환' 원칙을 재확인했다.
다만 연구 업무의 전문성 등 합당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경쟁 채용을 허용했다. 경쟁 채용 적용 시 절차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전환심의위가 기관이 제시한 합당한 사유, 현 근무자의 의견을 종합 고려해 결정하라고 주문했다. 전환심의위에는 외부 인사 2분의 1 이상을 참여시키고, 외부 인사에는 과학기술 전문가도 포함시키라고 규정했다. 전문가 풀은 NST가 제공한다.

이진규 과기정통부 1차관은 “기관별 운영 방식이 다양하기 때문에 기준을 일률로 마련하기는 어렵다”면서 “정부의 공공 부문 정규직화 정책 취지와 연구기관의 특성을 감안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차관은 “우수 인력 확보가 중요한 연구기관의 특성과 일자리 진입 경쟁을 고려, 경쟁 채용 확대 목소리가 있지만 현 근무자의 고용 안정을 우선 고려하는 것이 정책 취지”라고 부연했다.
정부가 '현 근무자 고용 안정'을 원칙으로 내세웠지만 경쟁 채용 도입 여부는 기관 사정에 맡겼다. 기관별로 제각각 구성하는 전환심의위가 경쟁 채용의 열쇠를 쥔다. 기관에 따라 경쟁 채용 도입 여부와 범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기관 간 형평 문제, 전환심의위 구성·운영 방식을 놓고 노사 갈등이 예상된다.
과기정통부는 가이드라인에서 상시·지속 업무 판단 기준을 구체화하고 범위를 확대했다. 정부 공통 가이드라인은 '연중 9개월 이상, 향후 2년 이상 지속이 예상되는 업무'를 상시·지속으로 봤다.
과기정통부는 여기에 판단 근거를 추가했다. 프로젝트 기반 업무라 하더라도 계약을 연장해서 다년간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우, 특정 부서에서 고정 인력을 배정한 경우도 상시·지속 업무라고 봤다. 연구 수행 과정에서 폭발물·유해물을 취급하는 안전 관련 업무도 정규직화하도록 했다.
박사후연구원, 학생연구원은 직업을 갖기 전에 연수 목적으로 출연연에 근무한다는 점을 고려, 전환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 대신 '연수직'을 신설해서 별도 관리하며, 처우를 개선하기로 했다.
출연연은 가이드라인을 준용해 올해 말까지 전환 계획을 수립하고, 내년부터 전환을 시작해 3월까지 마치는 게 목표다.
이 차관은 “기관별로 기간제 전환심의위, 파견용역직 전환협의기구를 빠른 시일 안에 구성할 것”이라면서 “전환 업무 담당자에게 한 명이라도 더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점을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