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품 보관함이 진화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애플리케이션(앱) 생태계와 결합하면서 비대면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무인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물품 보관함은 지금까지 단순한 기능을 했지만 앞으로 소비자와 택배업체, 세탁소, 푸드테크 회사를 잇는 매개체가 될 전망이다.
위키박스(대표 정의신)는 스마트 물품 보관함 'O2O 박스'를 개발했다. 첫 단추는 택배와 세탁 분야에서 꿰었다. 추후 푸드테크를 시작으로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물품 보관함은 이미 대중화돼 있다. 택배 관련 범죄가 끊이지 않으면서 대안으로 등장했다. 택배 기사와 소비자가 대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물건을 넣고 빼내는 사물함 기능 외엔 별다른 편의 장치가 없다.

위키박스는 물품 보관함에 정보기술(IT)을 적용, 스마트한 저장 환경을 구축했다.
택배 기사는 스마트폰으로 비어 있는 물품 보관함의 위치를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배달할 물건을 넣고 문을 닫기만 하면 자동으로 소비자에게 스마트폰 알람이 간다. 소비자는 앱을 켜고 물건 위치를 확인, 원하는 시간에 빼내 가면 된다. 별도의 앱을 깔지 않더라도 된다. 문자 메시지로 관련 내용을 받아볼 수 있다.
택배를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물품 보관함은 크기가 제각각이다. 큰 칸일수록 요금이 올라간다. 보낼 물건의 크기와 무게를 감안해서 보관함에 물건을 넣고 주소만 써 놓으면 택배 기사가 알아서 배송해 주는 방식이다. 결제는 앱에서 이뤄진다.
세탁물을 물품 보관함에 맡길 수도 있다. 세탁물 종류와 수량만 앱에 입력하면 된다. 세탁소 직원은 이 같은 내용을 실시간 확인한 뒤 곧바로 세탁물을 수거, 말끔히 씻긴 상태로 다시 물품 보관함에 가져다 준다.

결제는 세탁소가 건네는 인수증을 보고 하면 된다. 세탁소는 세탁 전 옷감 상태를 점검한다. 문제가 발견되면 사진을 찍어 인수증에 첨부할 수 있다. 옷감 손상에 따른 책임 소지를 분명히 함으로써 갈등의 여지를 줄이는 조치다.
소비자는 인수증을 살펴본 후 이상이 없다고 판단되면 결제하기 버튼을 눌러 계산을 마칠 수 있다. 세탁물 수거와 도착 시간도 앱에 나타난다. 가격은 일반 세탁소 요금과 동일하다는 게 위키박스 측의 설명이다.
O2O 박스는 현재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삼성래미안 아파트에 설치돼 있다. 총 17대를 동마다 배치했다. 중견 택배회사와도 손을 잡았다. 기업형 세탁 전문점 '세탁을 위한 사람들'이 세탁 사업을 지원한다.
정의신 위키박스 대표는 “물품 보관함과 다양한 서비스를 접목, 소비자 편의를 높이겠다”면서 “조만간 간편식 보관 사업에도 진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위키박스는 2013년 말 설립됐다. 지난해 정부 지원 사업으로 O2O 박스가 채택되면서 연구개발(R&D)에 나섰다. 올 4월 정식 제품을 출시, 판로를 넓히고 있다.
◇물류 보관함 'O2O 박스' 주요 기능
(자료=위키박스 제공)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