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4개월 남기고 떠난 김인호 무역협회장..."민간단체 정부 개입 관행 잘못됐다"

김인호 무역협회장이 임기 4개월을 남기고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는 무역협회 회장직을 내려놓으며 민간단체 회장 선임에 직·간접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부 관행에 일침을 가했다.

임기 4개월 남기고 떠난 김인호 무역협회장..."민간단체 정부 개입 관행 잘못됐다"

김 회장은 24일 서울 삼성동 무역협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본인의 사임을 희망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왔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비록 얼마 남지 않은 임기 만료 전이라도 사임하는 것이 협회의 원활한 기능 수행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경제 전반, 산업과 기업, 무역에 대한 정부 정책 방향과 본인이 갖고 있는 생각 사이에 상당한 차이를 느끼게 됐다”면서 “이런 차이는 시간 경과와 더불어 협회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조기사임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알지만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정부의 민간단체 회장 추천이 관행으로 이뤄지는 점도 지적했다.

김 회장은 “역대 정부는 무역협회 회장 선임 과정에서 적정 인물을 추천했고 이것이 회장 선출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기존 관행대로 정부 협조를 받을 것인지 협회 스스로가 회장 적임자를 선임하기 위한 제도와 절차를 발전시킬 것인지 여부를 숙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회장 선임과정에서 협회 연혁, 기능과 역할을 감안할 때 적정 수준에서 정부와 협조는 필요하다”며 “나보다 좀 더 설득력 있게 정부에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회장을 맡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친박' 논란에 대해서도 “공직에 있을 때나 정부 밖에서나 정부를 위해 일했지 정권을 위해 일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경제기획원 차관보, 대외경제조정실장 등을 거쳐 김영삼 정부 출범 후 한국소비자보호원장, 철도청장, 공정거래위원장을 역임했다. 1997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끝으로 공직을 떠났고 2015년 무역협회장에 취임했다.

무역협회장을 역임하는 동안에는 잠실 마이스(MICE) 단지 건립 추진, 무역센터 기능 재정비 등을 통해 무역협회 활동의 외연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이날 오전 이사회에 사임서를 제출하고 무역협회 회장직을 내려놓게 됐다. 후임 회장은 정해지지 않았다. 신임 회장 취임 전까지는 회장단 선임인 한준호 삼천리 대표이사 회장이 맡는다. 김정관 상근 부회장이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수행한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