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재개하되 나머지 신규 원전 계획은 백지화한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는 등 원전 수를 올해 24기에서 2038년에 14기까지 줄인다.
이 과정에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원전 축소 권고를 탈원전 명분으로 내세워 논란이 이어졌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국가 에너지 대계 차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공론화위의 정책 권고에 따라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와 탈원전 로드맵을 확정하고, 이에 대한 후속 조치와 보완 대책을 심의·의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론화 과정은 우리 사회 민주주의를 한층 성숙시키고 사회 갈등 현안 해결에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면서 “이를 통해 우리가 가야 할 탈원전, 탈석탄,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확인한 것은 의미 있는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부는 공론화 후속 조치로 공사 일시 중단 기간에 계약·협력업체 비용 보상, 지역 주민 대책 등을 마련했다. 안전 기준을 위해 다수호기 안전성 평가 강화, 내진 설계 기준 상향, 원전 비리 척결 계획도 세웠다.
논란이 끊이지 않는 '탈원전'은 강행한다.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을 통해 신규 원전 건설계획 백지화, 노후 원전 수명 연장 금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2030년 20% 확대 등을 공식화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를 제외하면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침을 유지한다. 기존 사안을 로드맵 발표를 빌어 재반복했다.
신규 원전 건설 사업 부재에 따른 보완 대책으로 동남권 원전해체연구소 설립 방안을 재거론했다. 세부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주무 부처를 묻는 질문엔 관계 부처와 협의해야 한다는 원론 답변에 그쳤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대해선 원전 안전 운영과 해체 산업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한수원 건설 직군을 비롯한 산업 축소 대책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론화의 가치와 함께 탈원전 정책 의지를 강조했다. 청와대가 공론화 결과 발표 전까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와 탈원전 정책은 다르다며 선은 그은 종전의 모습과 다르다. 공론화위의 '원전 축소' 권고를 '원전 제로' 근거로 삼았다. 탈원전 정책을 놓고 별도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정부는 필요성을 부인했다.
송종순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공론화 의견은 신고리만 다루는 것인 만큼 이를 탈원전 정책의 근거로 활용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국가 에너지 정책을 흔들 수 있는 탈원전 이슈가 신고리 5·6호기보다 더 중요하다”면서 “계획에도 없었고 해석도 분분한 공론화 권고를 두고 유리한 부분만 발췌해 정책 근거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
,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