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리는 우수한 품질과 내구성으로 토요타자동차를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로 만든 주역이다. 토요타 대표 중형 세단 캠리가 8번째 풀체인지(완전변경)를 통해 다시 태어났다.
8세대 캠리 개발 콘셉트는 '와일드 하이브리드'다. 기존 하이브리드가 우수한 연비를 앞세운 친환경차였다면 새로운 캠리 하이브리드는 달리는 즐거움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토요타는 혁신 플랫폼 'TNGA'를 적용하고,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하는 등 뼈대부터 심장까지 거의 모든 부분을 새롭게 손봤다.
더 터프해진 뉴 캠리 하이브리드를 체험하기 위해 서울 잠실을 출발해 경기 남양주를 왕복하는 약 100㎞ 구간에서 신차를 살펴봤다.
첫인상은 파격적이다. 차체가 낮고, 넓어 보이는 저중심 설계로 역동성을 강조한 모습이다. '킨 룩(KEEN LOOK)'이라 불리는 토요타 최신 디자인 콘셉트는 뉴 캠리에서도 이어진다. 외관은 개인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기존 캠리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더 커진 그릴과 날렵한 캐릭터 라인은 분명한 존재감을 나타낸다. 18인치로 한층 커진 알로이 휠은 이 차가 달리기 성능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차체도 커져 주행 안전성이 향상되고 실내 거주성도 좋아졌다. 뉴 캠리 차체는 전장 4880㎜, 전폭 1840㎜, 전고 1445㎜에 2825㎜ 축간거리를 갖췄다. 공차 중량은 1655㎏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것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수치다.
실내 디자인은 최신 토요타 모델처럼 운전석과 동반석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인스트루먼트 패널 레이아웃을 적용했다. 8인치 디스플레이와 공조장치 등을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해 시인성이 좋고, 조작도 간편하다. 푹신한 시트는 장거리 주행에도 편안한 느낌이 든다. 9개 스피커를 장착한 JBL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은 듣기 좋은 음질을 제공한다.
교통정체가 극심한 서울 도심에서는 차량 흐름에 맞춰 일상적인 주행성능을 점검했다. 저속에서는 전기 모드만을 활용해 달릴 수 있어 정숙성이 돋보인다. 도심 구간에서 계기판으로 확인한 연비는 리터당 17㎞ 수준이었다.
도심을 벗어나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니 시속 100㎞까지 시원하게 뻗어 나간다. 2.5리터 가솔린 엔진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한 뉴 캠리 하이브리드 시스템 총 출력은 211마력으로 동급 최고 수준이다. 가속력을 좌우하는 최대토크는 3600rpm부터 5200rpm까지 고르게 발휘된다.
운전대는 확연히 묵직해졌다. 한 손으로 가볍게 돌리던 기존 캠리와 다른 성격의 변화다. 속도를 높일수록 무거워져 고속에서 안정감이 느껴진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더블 위시본 방식으로 노면 충격을 적절히 흡수하면서도 차체를 단단하게 잡아주는 느낌이다.
중저속 구간에서 정숙성은 뛰어났지만, 고속 구간에서 바람 영향으로 발생하는 풍절음이 발생했다. 일정 속도 이상에서는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도 일부 유입됐다. 거슬릴 정도는 아니지만, 정숙성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연비는 훌륭했다. 뉴 캠리 하이브리드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16.7㎞로, 시승 내내 공인 연비 이상의 실제 연비를 기록했다. 복잡한 도심과 고속도로를 약 100㎞ 달린 후 계기판으로 확인한 연비는 리터당 17㎞에 달했다.
가격대비 성능을 나타내는 이른바 '가성비'도 괜찮은 편이다. 이날 시승한 뉴 캠리 하이브리드 가격은 4250만원으로, 예방 안전 시스템인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TSSE)는 물론 10개 에어백,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선루프 등을 모두 포함했다. 하이브리드차만의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우수한 상품성을 입증하듯 이달 국내 출시 이후 벌써 1500대가 계약됐다. 계약자 10명 중 7명은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택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