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수 자동차 시장이 부진을 겪고 있지만 수입자동차 시장은 역대 최대 판매 실적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그러나 2015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부터 최근 일본 고베제강 품질 문제, 다카다 에어백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유독 국내에서만 미흡한 조치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최근 판매 재개를 준비하고 있는 아우디·폭스바겐은 배출가스 조작 사건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책임자들이 모두 출국하는 등 심각한 '도덕성 해이'를 보이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국내 판매 금지 조치를 받은 10개 차종 21개 모델에 대해 환경부의 배출가스 인증을 받고 판매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판매 금지 조치 이전까지 국내 수입차 시장의 약 30%를 차지하던 아우디·폭스바겐이 복귀하면 올해 수입차 시장은 역대 최대 규모로 성장할 가능성이 짙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아우디·폭스바겐이 국내 판매 재개에 앞서 연비·배출가스 조작 책임을 지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이 나온다. '디젤게이트' 책임자인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전 총괄사장은 지난 7월 재판을 앞두고 독일로 출국한 이후 돌아오지 않고 있다. 현재 독일 본사에서 근무하고 있어 사실상 '해외 도피'나 마찬가지다.
아우디폭스바겐은 국내에서 문제 차량 리콜도 미적지근하게 대응했다. 책임을 회피하는 내용의 리콜계획안을 정부에 제출하며 시간도 끌었다. 올해 초 환경부가 마지막 계획안을 수용했지만 결국 '임의 설정'은 인정하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17조원이 넘는 배상금을 지급했지만 국내에서는 100만원 상당의 쿠폰 지급이 전부다.
국내 수입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는 세계에서 19명의 목숨을 앗아간 '죽음의 에어백'으로 불리는 다카다 에어백을 리콜하지 않고 있다. 문제의 에어백은 국내 진출 수입차 17개 업체의 차량에 장착됐지만 리콜을 실시하지 않은 수입차 업체는 벤츠코리아뿐이다. 다카타 에어백은 차량 충돌로 전개될 때 금속 파편이 튀어 운전자 등을 다치게 할 가능성이 나타나 세계에서 약 1억대가 리콜되고 있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2012년 이전에 생산된 다카타 에어백의 위험성이 더 높아 리콜이 시급한 제품으로 지정, 이후 생산 제품은 리콜 잠재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친환경차 인기로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일본차 업체에도 최근 품질 논란이 일고 있다. 혼다는 지난달 초 2017년식 CR-V와 어코드 등 신차에서 발생한 녹·부식 문제를 방치했다는 논란에 휘말리며 YMCA 자동차안전센터로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한국토요타, 혼다코리아, 한국닛산 등 일본차 브랜드의 국내 법인은 고베제강 알루미늄 품질 조작 사태가 드러난 이후 약 2주 지난 현재까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일본 3위 철강업체 고베제강은 일본 내 4개 공장에서 지난해 9월부터 올 8월까지 알루미늄과 구리 제품 2만여 톤의 품질 데이터를 조작했다.
닛산은 지난달 일본 국토교통성의 긴급 현장 단속에서 무자격 직원이 신차 출고 검사를 해 온 사실이 적발됐다. 이로 인해 닛산이 제조·판매한 23개 차종과 닛산이 제조해서 마쓰다, 미쓰비시 자동차 등이 판매한 7개 차종 등 총 30종 차량 120만대의 리콜 조치가 이뤄졌다. 한국닛산에 따르면 무자격 차량의 국내 판매는 이뤄지지 않았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