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바람을 타고 인공지능(AI) 개발 열기가 뜨겁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변화 속도는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다. 일부 미래학자는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으로 관측한다. 인간 직업을 대체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실리콘밸리 대표 도시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전문가들의 발언은 예상 밖이었다. 이들은 차분한 어조로 “AI 물결이 유행처럼 번지지만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AI 학자 제리 캐플런 스탠퍼드대 교수는 “자동차, 컴퓨터가 등장할 때마다 대규모 실업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면서 “AI가 이전의 자동화 추세와 다르지 않다. 기계가 인간을 위협하고 대체한다는 것은 과장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로봇공학 권위자인 데니스 홍 캘리포니아대(UCLA) 기계공학과 교수도 비슷한 생각이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AI 로봇 개발 바람이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공상과학(SF)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로봇이 개발되기 위해서는 수십 년을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 정부는 막대한 자금을 과학기술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당장 돈 되는 연구에 치중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역시 매년 약 10조원을 R&D에 투입한다. 훌륭한 인재도 많다. 그럼에도 세계가 인정하는 연구 성과가 미국보다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가 단기 성과에 연연해 연구자를 옥죄기 때문이다. 국가 R&D 정책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교체될 때마다 성장 동력 분야가 달라진다. 과기 발전이 정부에 좌우된다. AI와 4차 산업혁명도 예외는 아니다. 장기 안목으로 성과가 나지 않는 분야에도 투자는 아끼지 말아야 한다.
실패를 허용하는 문화도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연구자가 연구에 실패하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연구 실패 사례가 논문으로 쓰인다. 전임 연구자가 실패한 연구 사례가 차기 연구자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타산지석이 되는 셈이다. AI, 4차산업 혁명 열기가 유행으로 끝나선 안 된다. 기본을 다시 생각할 때다.
샌프란시스코(미국)=
장윤형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wh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