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불가리아 소피아 총리 공관에서 열린 한-불가리아 총리회담 기자회견장 분위기가 갑자기 얼어붙었다. 기자회견 성격과는 다소 맞지 않는 최근 불가리아 홍수와 전투기 조종사 파업 등 현지 기자 질문에 보이코 보리소프 총리가 짜증 섞인 답변을 했기 때문이다.
보리소프 총리 답변 후 이낙연 국무총리는 질문자에게 “큰 재해를 당한 지역이 부르가스 지역이 맞느냐”며 재차 확인했다. 뒤이어 “부르가스 지역에 큰 홍수가 생겨 많은 재산상 피해를 입은 주민을 위로하고 인명피해에도 조의를 표한다”며 “부르가스시는 우리나라 울산과도 자매도시라서 더 가슴이 아프다. 홍수 피해가 빨리 복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총리의 임기응변 답변으로 자칫 얼어붙을 뻔한 기자회견장 분위기가 풀리는 순간이었다. 통역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부르가스'라는 지명을 듣고, 울산과의 인연까지 풀어낸 것이다.
보리소프 총리는 이 총리와의 첫 대면부터 상대를 굴복시키고, 우리 기업의 현지 투자 약속을 받아내겠다는 의지를 풍겼다. 하지만 5시간 동안 이 총리와의 단독·확대 회담, 상공회의소 출범식 참석, 오찬 일정 등을 마친 후에는 마치 형제처럼 포옹하며 헤어졌다.
이 총리는 유럽 순방 기간 내내 자신을 낮추고, 유머로 분위기를 전환하는 특유의 화법으로 모든 회담과 면담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끌어갔다.
독일 출신인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만나서는 독일 피겨스타 카타리나 비트를 동경했던 젊은 시절로 이야기를 풀었다. 그리스·불가리아 대통령과 총리를 만나서는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예우하는 언급으로 상대를 무장해제시켰다. 그 와중에 양념처럼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은 농담을 곁들였다는 후문이다. 이낙연 화법은 해외에서도 통했다.
소피아(불가리아)=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