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DNA를 이용해 손쉽게 영상기기의 광전자 소자 성능과 화면 선명도를 높이는 기술이 개발됐다. 액정표시장치(LCD)와 같은 차세대 영상 기기의 표현력 및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조무제)은 윤동기 KAIST 나노과학기술대학원 교수팀이 DNA를 이용해 영상 기기의 금 나노막대 배향을 제곱센티미터(㎠) 면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금 나노막대는 최근 LCD와 같은 광전자 소자 영상 장치에 쓰이는 핵심 소재다. '플라스몬 공명'이라는 독특한 광학·전기 특성을 띤다. 플라스몬 공명은 소재 위에서 전자가 일정하게 진동하면서 자신의 에너지와 일치하는 빛에만 반응하는 현상이다. 특정한 색만 투과하거나 반사, 선명도와 표현력이 뛰어나다.
금 나노막대의 표현력을 높이는 관건은 배향이다. 막대가 한 방향으로 나란히 정렬될 때 광학·전기 특성이 극대화된다. 그러나 넓은 면적에서 배향성을 높이기가 어려웠다. 학계는 그동안 마이크로미터(㎛) 단위 면적에서만 나노막대 배향에 성공했다. 각각의 막대를 일일이 배향시키는 방법을 써 왔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고체와 액체 중간 상태인 DNA를 배향의 틀로 삼는 방법을 이용했다. 연어 추출 DNA를 매개체로 금 나노막대를 섞었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금 나노막대가 별다른 과정 없이도 DNA의 분자사슬 방향을 따라 나란히 늘어선다. 이를 기판에 올려 수분을 증발시키면 플라스몬 공명 현상을 보이는 박막으로 만들 수 있다. DNA 분자체의 탄성력을 고려해 외부에서 적절한 힘을 가하면 평행, 수직, 지그재그 등 다양한 배향 상태도 구현할 수 있다.
이 과정은 비용이 극히 저렴하고 제작도 쉬워 대규모 제품 제작에 적합하다. 연어 추출 DNA는 다른 인공 합성 DNA에 비해 100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다. 별다른 추가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 이미 가로·세로 2㎝ 면적(4㎠)의 고배향 금 나노막대 제작에 성공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기술은 LCD 화면의 컬러필터를 비롯해 다양한 광전소자 및 센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윤동기 교수는 “이 연구는 금 나노막대뿐만 아니라 특성이 다양한 나노 입자 배향 조절에도 적용할 수 있다”면서 “다양한 분야에 활용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