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연구책임자 50% "비정규직 일괄전환, 긍정 효과없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연구 책임자 절반가량이 비정규직 연구원의 정규직 전환 효과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비정규직 연구원의 자질 부족, 일반 지원자와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가 출연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가운데 현장 연구책임자는 상이한 인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출연연 특성을 감안해 연구성과를 높이면서 현장 갈등을 최소화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출연연 연구책임자 50% "비정규직 일괄전환, 긍정 효과없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이 24일부터 나흘 간 과학기술 분야 25개 출연연에 종사하는 과제책임자 9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동시전환에 따른 연구성과 향상을 기대하는 응답은 26%에 그쳤다. 응답자의 50%가 긍정 효과를 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23%는 '보통'이라고 답했다.

설문에 참여한 이들은 출연연의 과제책임자로서 80%가 현재 비정규직과 연구를 수행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출연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24일 이후 응답한 내용이다.

출연연 연구책임자 50% "비정규직 일괄전환, 긍정 효과없다"

응답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일괄 전환시 가장 큰 우려점으로 전환자의 능력 부족(61%)을 꼽았다. 더 능력 있는 사람을 채용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는 주장이다.

일반 지원자와의 형평성 문제(59%)도 비슷한 응답률로 지적했다. 기존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되면 청년 구직자의 채용 기회가 줄어, 역차별을 낳을 수 있다는 논리다. 이 외 과제비 추가 지출 부담, 프로젝트 수행시 연구수행 경험 부족이 각각 25%로 조사됐다.

출연연 연구책임자 50% "비정규직 일괄전환, 긍정 효과없다"

출연연 과제 책임자는 기관 특성에 따라 차별화된 전환비율 적용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정부는 가능한 많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권고하지만, 연구기관 특성상 전환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응답자의 87%가 전환 비율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공개경쟁 방식 채용을 선호했다. 무시험 전형, 제한 경쟁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자는 응답은 6%, 16%에 그쳤다. 공개경쟁을 도입하되 기존 비정규직에게 가점을 부여하자는 응답이 64%로 가장 많았다.

정부가 제시한 공개경쟁 허용 조건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공개경쟁은 새로 생기는 정규직 일자리를 놓고 기존 비정규직과 외부 입사 희망자가 경쟁하는 방식이다. 과기정통부는 최근 내놓은 출연연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기관 별 전환심사위원회가 합당한 사유를 제시하면 이를 도입할 수 있다고 허용했다.

설문에 참여한 이들은 정부의 공식 방침과는 인식 차이를 보였다. 과기정통부는 공개경쟁을 허용하면서도 '기존 인력 전환'이 원칙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막상 연구 현장에서 비정규직의 '사용자'에 해당하는 과제책임자들은 '전환'보다 '경쟁'을 선호했다. 기존 비정규직은 공개경쟁 도입에 반발하는 상황이어서 현장 갈등이 우려된다.

연구직의 정규직 전환 시기를 놓고는 의견이 분산됐다. 설문 응답자의 30%는 2018년, 27%는 2019년까지가 전환 시기로 적절하다고 봤다. 이 외 2020년까지와 2020년 이후로 추진해야 하는 의견도 각각 18%로 나왔다.

현재 정부는 박사 후 연구원과 학생 연구원은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과제책임자 의견이 반반으로 갈렸다. 연구원 절반인 54%는 박사 후 연구원이 3년 내 비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야 한다고 답했다.

오세정 의원은 “비정규직 전환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현장의견을 수렴해 출연연 특수성도 적극 반영해야 한다”며 “특히 청년고용절벽이 없도록 신규 추가 채용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