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트]우삼용 표준연책임연구원, “역발상과 시행착오로 전기 통하는 고무 개발”

“때로는 수학적인 계산보다 역발상, 시행착오의 과정 끝에 만들어진 기술이 더욱 빛을 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기가 통하는 고무' 역시 틀을 벗어난 사고와 이를 뒷받침하는 후속 과정으로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우삼용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역학표준센터 책임연구원은 발상의 전환에서 비롯된 새로운 생각과 이를 현실화하는 노력이 전에 없던 연구 성과를 내는 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개발한 전기가 통하는 고무를 이런 성과의 예시로 내세웠다.

우삼용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역학표준센터 책임연구원은 역발상과 지난한 시행착오의 과정이 전기가 통하는 고무를 개발하게 된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우삼용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역학표준센터 책임연구원은 역발상과 지난한 시행착오의 과정이 전기가 통하는 고무를 개발하게 된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우 책임연구원이 개발한 고무는 소재 특유의 탄성과 전도성을 함께 갖춘 소재다. 평상시에는 보통 고무와 다를 것이 없지만 외부의 압력을 받으면 금속 수준까지 전도성이 올라간다.

“금속은 전도성이 뛰어나지만 유연하지 않고, 반대로 고무는 유연하지만 절연소재입니다. 선택적으로 전도성을 조절하고 유연성까지 확보한다면 다양한 산업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연구의 발단입니다.”

고무와 금속의 성질을 하나의 소재에 담으려고 한 역발상이 시초였다. 우 책임연구원은 고무에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금속 입자를 배합하는 방법을 썼다. 외부 압력이 커져서 입자가 서로 가까워지면 전자 이동이 활발해지는 원리다.

착상을 현실화하는 것에는 3년의 시간이 걸렸다. 인조고무와 금속 입자의 적절한 배합비율을 찾기 위해 숱한 시행착오를 거쳤다.

“어떤 금속 입자는 고무를 녹아내리게 하고, 뭉쳐서 겉도는 것도 있었습니다. 고무와 금속입자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 실패를 반복한 끝에 결과물을 낼 수 있었습니다.”

이 고무는 당초 예상대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미 창호업계인 성광유니텍이 이 기술을 활용, 외부 침입시 압력을 감지하는 스마트 방범창 '윈가드3'를 개발했다. 윈가드3는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장영실상을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우삼용 책임연구원이 전기가 통하는 고무를 시연하며, 원리를 설명하는 모습.
우삼용 책임연구원이 전기가 통하는 고무를 시연하며, 원리를 설명하는 모습.

집적회로(IC)칩의 불량을 검사하는 분야에서도 전기가 통하는 고무에 주목하고 있다. 우 책임연구원은 국내 기업과 새로운 IC칩 검사장비 개발을 위한 준비연구에 착수했다. 압력시스템 개발기업인 PDK와도 필름형 압저항 재료를 이용한 힘 센서를 개발하고 있다.

우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 성과가 '시니어 연구원'의 더욱 연구에 매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의견도 전했다. 나이를 이유로 연구 일선을 떠나려는 연구자들이 많은데, 이들도 얼마든지 국가에 도움이 될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관 원장 물망에도 올랐던 최고참급 연구자다.

우 책임연구원은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연구원은 사회에 도움이 돼야하고, 오랜 기간 국가의 혜택을 받은 시니어 연구원일수록 더욱 그렇다”면서 “기업, 나아가 고용창출,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연구에 매진해야한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