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선수 뽑는 '드래프트' 日 기업 채용방식으로 확산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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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등 프로 스포츠에서 인기선수를 선발하는 '드래프트' 방식을 일반 기업의 새로운 인력채용 방법으로 활용하는 움직임이 일본에서 확산하고 있다.

구인 사이트를 운영하는 리브센스는 전직을 희망하는 엔지니어가 자신이 보유한 기능과 희망하는 보직 등을 입력하면 채용을 희망하는 기업이 연봉 등을 제시토록 해 사이트상에서 '지명경쟁'을 벌이는 전직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프로 야구계의 제비뽑기와 다른 것은 복수 기업이 채용입찰에 응하면 기업이 제시한 조건이나 메시지를 당사자가 검토한 후 면담할 회사를 고를 수 있게 한 점이다.

알선업체를 이용하면 서류심사와 면담을 거쳐 마지막 단계에서 기업과 연봉 등 조건을 협의하는 게 일반적이다. 연봉도 전 직장에서 받던 금액을 토대로 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리브센스의 전직 사이트에는 전직이나 성별 등을 입력하지 않기 때문에 엔지니어 실력을 직접 평가받게 된다. 지금까지 100여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해 전직했다. 올해부터는 디자이너 대상 서비스도 시작했다.

대학생 취업활동에도 같은 서비스가 활용되고 있다. 오사카 벤처기업 아이플러그가 운영하는 '오퍼박스'는 구인 요청 자료가 올라오는 사이트다. 학생은 자신의 경험을 문장과 동영상, 사진 등을 이용해 이 사이트에 홍보하고 기업이 보낸 요청에 맞춰 면접을 받게 된다.

취업활동을 하는 학생이 많이 이용하는 '내비사이트'처럼 많은 사람에게 접근하기 어렵지만 자신을 내세울 소재가 있는 의욕적인 학생과 접점을 만들 수 있어 도입하는 기업이 의외로 많다. 이 사이트에는 2019년 졸업 예정인 대학 3학년 학생 2만명 이상이 이미 등록했다.

사이버 에이전트사는 이름 자체를 '드래프트(DRAFT)'로 명명한 제도를 도입했다. 선발과정을 겸하는 인턴십을 거쳐 우수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서다.

선발과정을 통과한 학생은 최종적으로 합숙에 참가해 사업 계획 등을 논의한다. 2019년 졸업 예정자가 참가할 내년 2월 합숙에서는 후지타 사장이 직접 심사위원장을 맡을 예정이다.

이 회사는 인터넷 업계로 진출하려는 우수한 학생이 모이는 장을 제공해 학생들이 “기획에 참가하면 재미있는 경험과 새로운 동료를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하려고 이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잘만 되면 사이버 이외 분야 취업을 생각하는 우수 학생과의 접점이 생겨날 가능성도 있다. 3000명에 이르는 신청자 중 합숙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35명이다. 문은 좁지만 합숙과정까지 살아남은 학생은 가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아이플러그 사장에게 이 회사 오퍼박스를 거쳐 취업활동을 하려는 학생이 기업으로부터 오퍼를 받을 수 있는 비결을 묻자 “프로필을 착실하게 쓰면 90% 이상이 1개사 이상으로부터 오퍼를 받는다”면서 “취업활동용이 아니라 보통 때의 자신이 드러나도록 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