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철수설로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지엠이 '디젤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 제품군 강화로 위기 돌파에 나선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올해 9월 카허 카젬 사장 부임 이후 회사를 둘러싼 위기론을 잠식시키고자 미래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경쟁사에 비해 빈약한 디젤과 SUV 제품군을 확대하고, 전기차 등 미래차 시장에 적극 대응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한국지엠은 지난 3년간 누적 적자가 2조원에 달하는 데다 2대 주주인 KDB산업은행(17%)의 지분매각 거부권이 지난달 17일부로 상실되면서 철수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내수 판매량은 10만2504대로, 전년 동기 대비 20%가까이 줄었다.

한국지엠은 제품군 다변화 전략으로 분위기를 쇄신해 지속되는 위기론에 대응할 계획이다. 첫 번째로 꺼내들 카드는 디젤 신차 출시다. 한국지엠은 현재 준중형 '크루즈', 중형 '말리부', 대형 '임팔라' 3종의 세단 제품군을 모두 가솔린 모델로만 판매 중이다.
다음 달 1일 미디어 시승회를 시작으로 시장에 선보일 '크루즈 디젤'은 철수설을 정면으로 타개할 신차다. 한국지엠은 올해 초 출시 이후 신차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한 크루즈에 디젤 모델을 추가함으로써 준중형 세단 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내민다.
크루즈는 올해 초 출시 이후 한국지엠 성장세를 이끌 대어급 신차로 주목을 받았지만,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초기 품질 문제로 인한 출고 지연, 고가 정책 논란과 같은 문제가 연달아 터지면서 올해 들어 9월까지 8390대 팔리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경쟁 모델인 현대차 아반떼가 6만대 이상, 기아차 K3가 2만대 이상 판매된 것과 대조된다.
크루즈 디젤이 침체된 한국지엠 군산공장을 살려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크루즈 생산을 담당하는 군산공장 가동률은 최근 20%까지 떨어지며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아울러 한국지엠은 크루즈에 이어 말리부에 탑재할 디젤 엔진 개발에도 착수했다.

경쟁사보다 빈약한 SUV 제품군도 미국산 중대형 SUV 수입·판매를 통해 대폭 보강한다. 한국지엠은 내년부터 미국에서 쉐보레 브랜드로 시판 중인 중형 SUV '에퀴녹스'와 대형 SUV '트래버스'를 순차적으로 국내에 도입할 계획이다.
미국에서 연평균 20만대 이상 판매되는 쉐보레 주력 SUV 에퀴녹스는 캡티바 후속 모델로 자리할 예정이다. 트래버스는 에퀴녹스보다 큰 차체로, 판매할 차종이 없었던 국내 대형 SUV 시장을 공략한다.

전기차 시장 확대에도 나선다. 올해 3월 선보인 전기차 볼트(BOLT EV)의 경우 본사로부터 배정받은 400여대가 사전계약과 동시에 완판될 만큼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올해 한정된 물량 배정으로 없어서 못 파는 신세가 됐다. 내년에는 본사에 볼트 EV 물량을 10배까지 더 늘려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크루즈 디젤 출시를 계기로 제품군을 다변화해 고객이 원하는 제품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